[김현주의 일상 톡톡] 연예인 없는 대학축제 누가 보러 오냐고?

연예인 공연, 음주로 가득한 대학축제 어쩌나
올 봄 대학축제도 이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경기불황, 취업난 등의 영향으로 전보다는 축제 열기가 다소 수그러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각 대학 축제현장에는 학생과 구경 나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학 축제가 정작 학생들을 위한 행사가 아닌 일반인(외부인)을 위한 축제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어렵사리 연예인을 섭외해 축하공연을 하지만, 외부 사람들 때문에 정작 학생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대학 축제에 유명 아이돌(idol) 가수가 온다는 소식이 퍼지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됩니다. 이에 일부 대학들은 티켓을 유료로 판매하기도 하지만, 이 티켓이 온라인상에서 거래되어 객석이 중·고등학생들로 가득차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축제 때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주점도 늘 논란거리입니다. 외부 손님들이 찾아와야 수익을 올릴 수 있긴 하지만, 음주 후 행패 등 축제를 망치는 이들도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메뉴 가격이 높은 편이라 상술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근 한 대학과 주류회사는 '먹고 마시는 소비성 대학 축제를 지양하겠다'라는 취지로 이색적인 절주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대학 축제시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절주하는 건강한 축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갈수록 대학 축제에 인파가 몰리지만 안전은 여전히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얼마 남지 않은 올 봄 대학 축제가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학생들의 대표적인 자치행사인 대학 축제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서로 화합하고, 문화를 향유해보자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상업적이며 소비적인 성격을 드러낸 지 오래다.

유명 연예인에 치중된 공연과 선정적인 홍보 포스터, 주점 내 음주사고 등 축제 기간에 발생하는 문제가 안타깝게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누리꾼들이 일자별로 정리해놓은 대학별 축제 라인업이 학생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각 대학 축제 일정과 출연 가수 명단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누가 언제 어느 대학을 찾는지 큰 품을 들이지 않고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팬을 다수 보유한 걸그룹부터 각종 가요 프로그램으로 인기몰이하는 힙합 래퍼, 홍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디밴드까지 출연진 범위는 다양하다.

◆대학 축제기간 크고 작은 사고 여전

10분 남짓한 공연에서 2∼3곡 정도 부르고 가는 연예인들의 몸값이 적게는 수백만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무대 설비치 등 부대 비용까지 더하면 액수는 더 높아진다.

실제 A대학교의 경우 전체 예산에서 절반이 넘는 약 4000만원이 연예인을 섭외하는 데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교 학생회 관계자는 "요샌 얼마나 유명한 연예인이 왔느냐가 사실상 축제 흥행여부를 가르는 주요 기준"라며 "축제 때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연예인 공연만한 게 없다"고 전했다.

축제가 학생회비와 등록금 등 교비(校費)로 치러지다 보니 돈의 쓰임새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축제에 사용되는 돈은 결국 본인(학생)들의 등록금이기 때문이다.

◆수천만원 들어도 유명 연예인 초청해야 vs 학생 등록금 낭비일 뿐

또 축제 기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B대학교의 걸그룹 사진이 들어간 선정적인 주점 포스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C대학교에서는 축제 당시 학생들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차량 전복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적도 있다.

이에 대학들은 축제 기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와 음주사고 등 불상사를 막고자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상업화된 대학 축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곱지 않아

상업화되고 놀이 위주로 변질한 대학 축제를 바라보는 내·외부 시선 역시 고울리 없다.

비영리기관인 대학에서 기업 등 외부 자본이 스폰서 형식을 빌려 축제에 개입하고, 수일간 진행되는 축제는 우려될 정도로 소비적이라는 지적이다.

학생과 교수가 함께 고민하면 충분히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는데, 대학들이 유명 가수 공연과 술에 사로잡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 안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2009년부터 대학가에서 건전음주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주류업체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대학 생활 중 선·후배, 동기들과 추억을 만들고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축제 시즌이 점점 상업화되고,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 시절 중 가장 즐겁고, 기쁜 순간에 ‘꽃다운 청춘’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는 등 허망한 사건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총학생회와 학교 당국은 물론 축제를 후원하는 기업들도 축제의 본질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대학생 건전음주 문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쿨드링커 8기 류성훈(24)씨는 "대학 생활을 처음 겪는 신입생은 선배들의 말 한마디 또는 분위기에 못 이겨 과음을 하거나, 평소 본인의 주량을 제대로 알지 못해 폭음을 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즐겁고 기대되는 축제 시즌이지만, 눈살 찌푸리게 하는 과도한 음주 조장 분위기나 학생들이 아닌 기업 위주의 상업적인 프로그램 등은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SN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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