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디스플레이의 진화

한국 세계 최고 기술 보유… 中 추격 중
주도권 뺏기지 않도록 더 뛰어야
전자부품의 꽃으로 불리는 디스플레이의 변신과 진화가 거침없다. 필자는 강의를 할 때 공학 연구개발자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예로 디스플레이 기술을 든다. 자신의 연구분야 기술만 잘 개발해서 될 일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완전히 다른 기술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승리하는 기술이 성공한다. 과거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액정표시장치(LCD)뿐만 아니라 브라운관(CRT),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전계방출 디스플레이(FED)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LCD가 승리해 CRT를 밀어냈다. 그런데 이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이 나타나 LCD와 경쟁하고 있고, 퀀텀닷(양자점, QD) 디스플레이가 떠오르고 있다.

자랑스러운 점은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참석자들은 우리나라 회사의 전시품에 가장 관심이 많았고, 우리 학자들은 많은 상을 받았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스트레처블 O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병호 서울대 교수 전기·정보공학
LCD는 백라이트에서 나온 백색광의 투과율을 액정을 사용해 픽셀별로 조절한다. 액정 앞에 컬러 필터가 놓여 빨강·초록·파랑을 서브픽셀별로 거르는데, 멀리서 보면 빛의 3원색 원리에 의한 조합으로 다양한 컬러를 나타낸다. 즉, 액정은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소자가 아니라 빛의 투과율을 조정하는 소자다. 최근 상용화된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는 LCD인데 백라이트를 LED로 만든 것이다.

OLED 디스플레이는 전류를 흘려주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로 만든 LED를 이용한다. OLED는 백라이트가 필요하지 않기에 얇으며 플라스틱 같은 유연한 기판 위에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빛을 켜고 끌 수 있기에 항상 켜져 있는 백라이트 빛의 투과율을 조정하는 LCD보다 어두운 화면을 잘 표현하며, 완전 검은색을 표현할 수 있어서 검은색에 비해 흰색의 세기를 20만배 이상 되게 구현할 수 있다. LCD는 전압에 따라 액정 분자의 방향이 변화하기에 응답속도가 느리지만, OLED는 빛의 켜고 끄는 속도가 LCD의 1만배 이상 빠르다. 이에, 빨리 변하는 동영상에 대해서도 잔상이 남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는다. 또한 OLED는 색표현이 보다 풍부하며 보는 각도에 따른 색상과 밝기의 변화가 작은 매우 우수한 디스플레이다.

QD는 나노미터 크기의 공과 같은 형태의 물질인데 그 크기에 따라 빛의 색깔이 달라진다. 지금 상용화된 QD 디스플레이는 QD를 이용한 LCD이다. QD를 이용한 백라이트를 만들어 이를 LCD에 사용하는 것으로 다양한 색의 재현성이 극대화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응답속도가 느리다든가 유연한 디스플레이로 만들 수 없다는 LCD의 단점은 그대로 갖는다. QD를 이용한 이상적인 디스플레이는 QD를 단순한 LCD의 백라이트로 쓰는 것이 아니라 빨강·초록·파랑의 화소로 사용하는 것이다. 연구개발을 필요로 한다.

최근에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LED 디스플레이는 5~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초소형 LED를 기판에 붙여 만드는 디스플레이로 OLED 대비 5배 이상의 전력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유연한 기판에 만들 수 있고 가벼워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등으로의 응용이 가능하기에 우리나라만 아니라 일본 회사도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모든 첨단 산업이 그렇듯 디스플레이 기술도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아직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고, 많은 부품·소재·장비 업체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공학도와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하다 하겠다.

이병호 서울대 교수 전기·정보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