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화재에 새 생명 불어넣은 ‘전주한지’

루브르박물관 소장 중인 ‘막시밀리앙 2세 책상’ 복원/ 日 화지 대체 재료 첫 사용 / 우수성 입증… 세계화 탄력 천년의 생명력을 지닌 전주한지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문화재의 복원 재료로 사용됐다. 세계 미술품 복원의 기준이 되고 있는 루브르박물관이 한지(韓紙)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어서 한지의 세계화와 산업화에 탄력을 받게 됐다.

1일 전북 전주시에 따르면 루브르박물관은 1951년부터 소장 중인 문화재 ‘바이에른의 막시밀리앙 2세 책상’ 복원에 전주한지를 썼다.

전주 한지가 활용된 곳은 가구의 손상을 피하고자 중앙 서랍의 자물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거북이 등껍질의 내피 부분이다. 이번 복원에는 프랑스 박물관복원센터가 함께 참여했으며, 문화부 복원사의 손에 의해 1년여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최근 전주전통한지를 이용해 복원에 성공한 문화재 ‘바이에른의 막시밀리앙 2세 책상’ 모습.
전주시 제공
프레드릭 레블랑 복원사는 복원결과 보고서에서 “전주한지의 성질을 이용해 일본 화지(和紙)로 복원이 예정된 작품에 (복원을) 시도했다”며 “(한지의) 뛰어난 접착력과 가볍고 질긴 강도, 치수 안전성, 상대적 투명성 등이 우수해 섬세한 복원에 적합했다”고 밝혔다.

앞서 루브르박물관 소장품 복원팀을 이끌고 있는 아리안 드 라 샤펠 일행은 지난해 2월 전주를 찾아 전주한지의 우수성과 제작·생산 과정을 확인했다. 전주시는 이들의 요청에 따라 ‘천양피엔비’, ‘고궁한지’ 등 전통전주한지 제조업체에서 만든 복원용 전주한지를 세 차례 보냈다.

박물관 측은 전주한지를 활용해 1년여 작업 끝에 막시밀리앙 2세 책상을 최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문화재 복원에 일본에서 생산된 화지를 선호한 루브르박물관이 한지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원팀은 향후 회화 작품 등 복원작업에 한지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수십년간 문화재 복원시장을 독점한 일본 전통종이 화지의 아성을 뛰어넘을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지는 강도가 뛰어날 뿐 아니라 결합성이 좋아 보강 작업이 용이하고, 보존성이 우수하지만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아 그동안 해외에서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반면에 화지는 50년 전 이탈리아 피렌체 대홍수 때 손상된 문화재 복구에 대거 쓰인 것을 계기로 서양의 문화재 복원에 널리 활용됐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시장성과 우수성을 재확인한 기회였다”며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보존·복원시장 진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