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6-05 19:22:17
기사수정 2017-06-05 23:56:06
文, 대통령 차원 사과 발언 검토 등/ 진상규명 지시에 “매우 기대” 반색/ 이낙연 총리, 세계 환경의 날 축사/“국내 배출 미세먼지 양 30% 감축”
“오랜시간 기다려온 메시지가 나왔네요. 가뭄의 단비처럼 위로가 됩니다. 대통령이 사과 메시지를 내는 날 전국 곳곳에서 응어리진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들이 정말 많을 겁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대표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는 소식에 “매우 고무적이고 기대가 된다”며 6년 만에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문 대통령이 주문한 대책은 △적절한 수준의 대통령 사과발언 검토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및 지원확대 △확실한 재발방지대책 마련 △피해자와 직접 만남 검토 네 가지다.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것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정부의 후속 대책이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앞선 정부와 큰 차이라며 피해자 측은 반색했다.
◆“정부의 책임 인정이 첫걸음”
그동안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판정·구제 사업을 벌여오면서도 사건의 발단이 된 화학물질 관리 소홀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사고 관련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열렸을 때도 여야 의원들이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지만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건 피해자 지원”이라는 말뿐이었다.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자칫 불똥이 튈까 우려한 탓이다.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입장은 ‘피해자 구제비용은 가해 기업이, 피해자 판정은 전문가 집단이 1차적으로 책임진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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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모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지금까지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의료비·장례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한 예산은 42억원이다. 올해도 100억원 이상이 책정됐다. 하지만 이는 순수 정부 예산이라기보다는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할 돈이다. 이런 탓에 피해자들과 시민단체에서는 “정부가 비용 회수 문제를 고려하느라 판정 기준을 ‘바늘구멍’처럼 좁혀놨다”고 성토했다.
피해 여부 판정 역시 의료인이 주축이 된 판정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판정 기준 발표가 늦어져도 “전문가들 이견 때문에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진상조사·법개정… 실질 대책 뒤따라야
대통령의 사과와 피해자 만남이 그간 상처입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달랠 ‘상징적인 조치’라면, 진상규명과 지원확대는 실질적인 후속 대책이다.
이와 관련,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검찰 재수사를 촉구했다. 최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게 2011년인데, 지난해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사회 이슈로 부각되고 국정조사 등도 실시됐다”며 “지난번 하지 못한 옥시 본사 수사 등을 통해 강도 높은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8월 시행 예정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개정 목소리도 높다. 특별법은 가해 기업이 납부한 1250억원의 ‘특별구제계정’으로 지금까지 구제받지 못한 3·4단계 판정 피해자를 지원하는 게 핵심이나 피해자들은 “가해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판정기준 확대도 시급한 문제다. 지금은 ‘폐섬유화 1·2단계’만 피해자로 인정받는 탓에 간독성·피부질환 등 폐와 관련없는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은 특별법이 시행돼도 사각지대에 남게 된다. 정부 구제와 별도로 기업에 배상금을 요구하려 해도 정부가 피해자 인정을 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 소장은 “정부가 피해자 인정 범위를 대폭 넓혀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고, 1·2단계 피해자들은 (정부의 구제금 외에) 기업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