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6-11 18:37:12
기사수정 2017-06-11 18:39:54
요구사항 분출로 새정부 ‘과부하’… ‘한꺼번에 이룰 수 없는 상황’ 비유 / 文, 경청 후 박수… 참모들도 호응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지선 스님(사진)이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꺼내 든 ‘용마(龍馬)론’이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다.
6월 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 상임대표였던 지선 스님이 기념식에서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의 말미에 언급한 ‘용마 이야기’를 두고 청와대 참모진이 큰 위로를 받았다는 것이다.
지선 스님은 “옛날 어느 한 고을에 용마가 나타났는데 온 고을의 힘깨나 쓴다는 장정들이 몰려와 모두 한 번씩 올라타 보는 바람에 용마가 지쳐 쓰러졌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간 억눌려 있던 많은 바람이 있겠지만 한꺼번에 이룰 수 없는 상황도 함께 헤아려주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지선 스님은 “정부와 국민이 다시 과거 오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항상 깨어 있는 시민이 되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서 민주화운동사업회 이사장 지선스님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문재인 대통령은 지선 스님이 용마론을 이야기하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경청한 뒤 박수를 보냈다. 청와대 참모들 역시 지선 스님의 말씀에 크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는 후문이다. 지선 스님이 언급한 용마는 출범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문재인정부를 지칭한 것이다.
촛불민심으로 분출된 진보진영의 개혁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대통합이라는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중도·보수층의 주문도 함께 아울러야 하는 ‘과부하’ 상태의 새 정부를 비유한 것이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 논란과 일자리 추경안 편성 등 정권 초기 난제에 부딪힌 문 대통령과 참모들로선 위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