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6-12 19:10:16
기사수정 2017-06-12 22:36:31
제보자 134명 ‘고발’ 그 이후는…
세상을 바꾼 공익제보를 한 뒤 소속 조직이나 기관의 보복을 받지 않은 공익제보자는 10명 가운데 겨우 1명 수준이었다. 특히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공익제보자는 60.4%에 달하고 민·형사소송을 당한 경우도 26.9%인 것으로 조사됐다.
극심한 압박이나 사내 따돌림 등으로 소속 조직·기관을 떠나야 했던 사람은 10명 가운데 7명꼴이었고 여전히 재직 중인 제보자는 10명 중 3명에 그쳤다. ‘공익제보를 하면 한 가정이 파탄난다’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세계일보가 1990년 이후 이뤄진 공익제보 102건의 제보자 134명을 추적한 결과 공익제보를 한 이후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를 당한 사람이 무려 81명(전체의 60.4%)에 달하는 것(복수 응답)으로 조사됐다.
명예훼손이나 기밀유출 등의 혐의로 민사 또는 형사 소송을 당한 공익제보자도 36명(26.9%)에 이르고, 조직 내 따돌림이나 은근한 심적 압박을 겪는 경우도 30명(22.4%)이었다. 견책이나 감봉 등 경징계를 받은 공익제보자는 11명(8.2%), 부서 조정이나 발령 등의 차별을 받은 이도 19명(14.2%)에 달했다.
인사상 불이익이나 소송 등의 보복을 받지 않는 공익제보자는 15명(11.2%)에 불과했다. 그만큼 공익제보자에 대한 소속 조직이나 기관의 보복이 광범위하고 오랫동안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강원도 고성군청 공무원 이정구씨는 2004년 1월 건축허가를 둘러싼 군수의 부당한 행정 처리를 제보했다가 복종의무 위반 등의 이유로 해임됐다. 그는 소청심사를 통해 복직했지만 이후에도 반상회 등에서 ‘음해, 업무태만’ 등으로 따돌림을 당했고 가족들까지 큰 피해를 봤다.
현재 소속 조직에 근무 중인 공익제보자는 40명(29.9%)이었다. 반면 공익제보자 40명(29.9%)은 제보 이후 이직이나 전업했고, 아직껏 실직 상태인 경우도 24명(17.9%)에 달했다.
조직으로부터 광범위한 보복과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련 당국으로부터 포상금이나 보상금, 구조금 등의 금전적 지원을 받은 경우는 10명(7.5%)에 불과했다. 결국 현재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매우 안정’과 ‘안정’)하는 공익제보자는 31명(23.1%)에 불과한 반면 62명(46.3%)은 ‘불안정’ 또는 ‘매우 불안정’하게 생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제보자에게 보복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기업이나 기관 명단을 공개하고 처벌하는 등 강력한 보복방지 대책이 우선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 보상을 높이고 조직 밖에서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도 넓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