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6-18 10:00:00
기사수정 2017-06-18 09:40:44
전직 선수·코치 재능기부 / 나머지 야구단 운영비는 예능·야구해설 뛰어 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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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준혁 야구재단에서 양준혁 야구해설위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한국 프로야구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48)은 2010년 은퇴하고 이듬해 자신의 이름을 건 야구재단을 만들었다. 그는 재단을 운영하면서 프로야구 중계 해설위원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을 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여러 직함 중 그가 가장 불리고 싶은 건 야구재단 이사장이다. 다른 활동은 그가 야구재단 운영 비용을 마련하려고 뛰는 일이기 때문이다.
양준혁 이사장은 재단을 만들고 가장 먼저 멘토리야구단을 창단했다. 양 이사장은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야구로 받은 사랑을 야구로 돌려주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양 이사장은 특히 탈북 가정 자녀들에게 애착을 보인다. 그는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서 탈북 여성과 가상 부부 생활을 하면서 탈북민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더 깊이 알게 됐다. 양 이사장은 “탈북민들이 이 나라에 와서 적응을 잘 못한다”며 “탈북한 분과 방송도 같이 하다 보니 그들의 사정을 더 알고 적응하는 데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막상 탈북민 가정을 도우려고 나섰지만 그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단원을 모집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업무 협약을 맺어 이번 기수에는 탈북민 가정 자녀를 쉽게 모을 수 있었다. 양 이사장은 “체육진흥공단에서 관심을 가져주니 정말 고맙다”며 “솔직히 이런 일 한다고 해서 국가에서 그동안 도와준 것도 없고 혼자 해나가려니 너무 힘들었다. 공단에서 도와주니 엄청난 힘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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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준혁 야구재단에서 양준혁 야구해설위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멘토리야구단은 전직 야구 선수와 고교 야구 코치가 소정의 활동비만 받고 재능기부 형태로 활동한다. 재단은 멘토리야구단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유니폼과 장비를 무료로 제공한다. 양 이사장은 재단을 7년째 운영하지만 기업 후원이 녹록지 않아 사재를 털거나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는다. 양 이사장은 “재정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운을 뗀 뒤 “기업 후원이 잘 안 되다 보니 가까운 지인들이 도와주거나 제가 힘을 많이 보태야 멘토리야구단이 돌아간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야구인들은 사회 공헌 활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양 이사장은 “그런 평가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최정(SK), 최형우(KIA) 등 후배들이 우리 재단에 기부한 적도 있다. 이제 후배들도 눈을 돌려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