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5월 네이버는 부동산 서비스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그동안 직접 운영해 온 부동산 자체 매물정보가 아닌 부동산114, 닥터아파트 등 정보제공 업체의 정보를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전면 개편했다. 당시 네이버의 부동산 사업 철수는 중소업계와 ‘공생(共生)’을 도모하겠다는 의지였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네이버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부동산 정보 제공 생태계에는 일대 변화가 이루어졌다. 정보제공 업체들은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정보를 제공했고, 공인중개사들도 비교적 싼 광고비로 정보제공 업체와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을 동시 올리면서 노출 효과를 극대화했다.
◆직방, 네이버 떠난 부동산 정보 제공 생태계 사실상 장악
그러나 최근 직방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장은 다시 재편됐다. 원룸과 오피스텔 등을 선호하는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한 직방은 주원과 설현, 서강준 등 톱스타를 내세운 TV CF에 막대한 광고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시장을 장악해갔다.
통계분석 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모바일 앱 방문자 수 기준 직방의 시장 점유율은 63.43%다. 다방은 21.35%이며, 네이버 부동산이 14.15%로 뒤를 잇는다. 방콜 등 중소업체의 점유율은 1% 수준에 그쳤다.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처럼 여겨지는 요즘 부동산 매물 정보도 앱으로 확인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사실상 직방이 독과점적인 지위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더구나 직방과 같이 앱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인 다방과 합치면 점유율이 85%에 육박해 그 영향력이 더욱 확대된다.
직방이 막대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상당수 공인중개사들의 매물 정보를 끌어들였고, 결과적으로 정보를 빼앗긴 전통의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들은 회사의 존폐를 걱정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들도 그간의 노하우와 정보력 등을 바탕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직방 측의 공세가 워낙 강해 경영여건은 날이 갈수록 악화 중이다. 실제로 한 업체는 경영이 어려워져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고, 현재 직원이 10여명 불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방과 다방이 시장을 80%가량 잠식했다지만 체감 점유율은 90%가 넘는다"고 토로했다.
◆외국계 자본으로 무장한 직방, 아파트와 매매정보 시장까지 외연 확대
직방의 몸집 불리기는 이 회사의 주요한 주주인 외국계 자본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국내 O2O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발 빠르게 대처해온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5년 12월 컨소시엄을 꾸려 직방에 3300만달러(한화 약 38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투자를 진행한 골드만삭스의 이재현 한국 투자책임은 "직방은 한국의 첨단 모바일 인프라와 온라인 소비문화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기에 투자하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직방이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 전자상거래에서 선두주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도 덧붙였다.
골드만삭스가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에도 3600만달러(약 400억원)를 투자한 사실을 고려하면, 지난해 2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직방의 독점 경쟁력과 부동산 중개시장의 잠재력을 상당히 높게 평가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직방은 외국계 투자사로부터 '수혈'받은 자본을 바탕으로 원룸과 오피스텔의 전·월세 정보에서 벗어나 아파트와 매매정보 시장까지 외연을 확장했다. 이런 여파로 머지않아 기존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들의 고객까지 대부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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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은 공인중개사의 매물 정보만 제공하는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달리 아파트 매물은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수집해 제공하고 있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은 직방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아파트 매물을 살펴본 스마트폰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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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안심중개사 즐겨찾기' 서비스를 실행한 스마트폰 화면. 사진=직방 홈페이지·공식블로그 화면 갈무리 |
이에 대해 직방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출시한 아파트 매물정보 시장은 아직 제대로 안착했다고 보긴 어렵고, (현재 이렇다 할) 수익화 모델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올해까지 시장 반응과 추이를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혀 조만간 아파트 매물광고 시장에 진출할 뜻을 내비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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