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 최고위 경영진이 23일 첫 회동을 가졌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재계에 번진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이날 간담회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기업을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면서도 “기업들 스스로 선제적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대 그룹의 정책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기업 스스로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 주시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줄 것을 부탁드리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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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 세번째)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4대그룹 정책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 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제원 기자 |
4대 그룹은 이날 간담회에서 문재인정부의 재벌개혁 강도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이미 공정위가 45개 대기업집단의 불법 내부거래행위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등 강도 높은 직권조사를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가 끝난 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부 시책들에 대해 이해가 많이 됐다”면서 “소통의 기회가 처음인데 좋은 결과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공정위의 화두가 일감 몰아주기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앞으로의 방향을 안 물어볼 수 없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양적인 규제책보다는 질적으로, 또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신중하게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를 통해서 정책을 하겠다고 얘기해서 아주 안심하고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