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6-24 14:03:05
기사수정 2017-06-24 14: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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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세종 관가 취임식에 새 바람이 일고 있다.
무미건조하던 취임식에 파워포인트(PPT)와 지도, 시구가 등장하고, 취임사에는 새 사령탑의 의지가 담긴 쓴소리가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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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던 중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를 이용해 주거안정에 힘을 모을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연합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던 중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를 이용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PPT 슬라이드로 올해 5월과 1년 전 주택 거래 증감률을 비교하면서 집값 상승의 주범이 투기세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무 장관으로서 부동산 투기 엄단 의지를 밝히면서 ‘숫자’를 활용함으로써 직원들에게 전문성을 알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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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영춘 장관이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의미로 지도를 거꾸로 달고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 |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19일 취임식장에서 대형 화면에 거꾸로 뒤집힌 세계지도를 내걸었다.
지도는 한반도에서 세계 각 지역으로 향하는 화살표가 표시돼 우리나라가 바다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거꾸로 지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임명식에서 김 장관에게 ‘해양수산 육성’을 당부하며 언급한 것이다.
김 장관은 “대통령도 바다를 이해하고, 바다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마인드와 비전이 있다”며 “글로벌 해양강국을 큰 목표로, 해양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 정부가 공유하는 국가전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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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도종환 장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 |
시인 출신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취임사에서 시 한 구절을 인용했다.
도 장관은 19일 열린 취임식에서 “지치고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지나온 여러분께 시 한 구절을 들려드리며 첫인사로 대신하겠다”며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만일’을 인용했다.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최순실게이트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만신창이가 된 문체부 직원들에게 시를 통해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라고 주문한 것이다.
“우리가 언제 실직의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사는 세종 관가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공직사회의 복지부동과 밥그릇 챙기기를 크게 꾸짖은 김 부총리 취임사는 그가 관료 출신 선배라는 점에서 후배들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는 후문이다.
김 부총리는 밤새 직접 썼다는 취임사를 통해 “우리가 언제 한번 실직(失職)의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우리가 몸담은 조직이 도산할 것이라고 걱정해본 적이 있습니까? 장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이나 직원들 월급 줄 것을 걱정하는 기업인의 애로를 경험해본 적이 있습니까?”라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책상 위 정책이 아닌 현장에서 작동하는, 국민이 감동하는 정책을 만들자”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또 “기재부 실·국간 벽부터 허물고 기계적인 근면성을 지양하자”며 “시장과의 관계에서 도울 건 돕더라도, 정경유착이나 부적절한 관행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새정부 초대 수장이 된 김상조 위원장은 ‘전관예우’ 문제를 정조준했다.
김 위원장은 “업무시간 이외에는 공정위 OB(전직 직원)들이나 로펌의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저처럼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을 ‘어공’이라고 하고, 여러분처럼 직업공무원으로서 묵묵히 ‘늘’ 한길을 걸어온 분들을 ‘늘공’이라고 한다고 들었다”며 “늘공인 여러분이 전문성과 자율성에 근거하여 내린 판단을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도록 외풍을 막아주고, 그럼으로써 조직과 직원을 보호하는 것이 어공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다짐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