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6-25 18:26:27
기사수정 2017-06-25 23:23:18
24일 전북 무주에서 열린 제23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상을 제안해 실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가장 큰 산인 남북 간 합의가 가능하더라도 이후 단일팀 실현을 위해서는 여러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인종과 국경을 넘어 오직 실력만을 겨루는 순수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이 정치와 얽히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수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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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 T1 경기장에서 열린 ‘2017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장웅 북한 IOC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무주=청와대기자단 |
무엇보다 어려운 부분은 북한의 올림픽 출전권 문제다. 동계스포츠는 시설과 장비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전력이 강하다. 따라서 오랫동안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동계스포츠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아 대부분 종목에서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개인종목이 대부분을 차지해 출전권 문제가 더욱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개인종목 중 자력 출전권을 따낼 만한 북한 선수는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페어부문 동메달리스트인 렴대옥-김주식 조뿐이다. 만약 두 선수가 오는 9월 오베르스트도르프에서 열리는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4위 안에 진입하지 못하면 북한은 사실상 평창올림픽 출전 자체가 무산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특별승인으로 북한 선수들이 추가출전권을 받는 방식도 가능하다. IOC는 올림픽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선수의 경우 실력이 미달해도 특별초청선수 명목으로 추가출전권을 부여한 전력이 있다. 다만 다른 참가국과의 형평을 고려해 북한 선수들에 추가출전권이 부여되더라도 그 숫자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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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24일 오후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을 마친 뒤 남 북한 시범단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박수를 치고 있다.무주=청와대사진기자단 |
개인이 아닌 단체 종목의 경우 형평성 문제에서는 자유롭다. 과거 세계랭킹 12위까지 오르는 등 어느 정도 국제경쟁력을 보여줬던 여자아이스하키가 단일팀 대상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IOC,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과 다른 출전국들의 승인만 있다면 이미 주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이 있는 남한과 단일팀을 구성해 형평성 문제 없이 출전이 가능하다.
다만, 생애 처음 동계올림픽 출전 꿈을 이룬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단일팀 구성을 수용할지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단일팀이 성사되면 척박한 환경에서 평창만을 바라보고 땀을 흘린 선수 중 일부가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현재 23명인 출전 인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더구나 단일팀이 성사되면 경기력에서는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된다. 열악한 경제사정으로 북한 여자아이스하키의 전력은 최근 크게 저하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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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웅 북IOC위원(오른쪽 둘째)이 24일 오후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무주=청와대사진기자단 |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시범단을 이끌고 방한중인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남북 단일팀 구성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25일 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장 위원은 세계태권도선수권 개막식 후 열린 대회 조직위원회 주최 만찬에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남북회담을 22차례나 했다. 다섯 달이나 걸렸다. 올림픽 일부 종목의 북한 분산 개최 가능성도 올림픽 전문가로서 좀 늦었다고 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무주=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