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6-25 22:56:25
기사수정 2017-06-25 23:43:13
SK 최정·최항 형제 동시 선발 / 같은 유니폼으로 출전 24년 만 / 동생 2루타 신고식·형 솔로포 / 팀 승리… 실력으로 우애 과시
삼형제의 맏형은 프로야구에서 잘나가는 홈런타자다. 7살 아래 막내는 자신의 우상이자 롤모델인 형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는 꿈을 키우며 야구공을 잡았다. 드디어 그 꿈이 현실이 됐다. 바로 SK의 최정(30)과 최항(23) 형제가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홈경기에 각각 3번 3루수와 8번 1루수로 나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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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정(오른쪽)과 최항 형제. SK 와이번스 제공 |
KBO리그에서 형제가 한 팀에서 동시에 선발 출전한 경우는 1985년 4월9일 청보 소속이던 양승관(6번 중견수)과 양후승(1번 우익수)이 최초다. 이어 구천서·제서(OB) 쌍둥이 형제, 지화동·화선(빙그레) 형제 등이 총 80여 차례 우애를 과시했다. 최정·항은 지화동-화선이 1993년 9월22일 LG전에 나선 이후 24년 만에 같은 유니폼을 입고 선발 출전한 형제가 됐다.
아무래도 이날 데뷔전을 치르는 동생은 들떠 있는 듯했다. 오히려 형이 더 굳은 표정이었다. 귀엽기만 하던 동생이 이제는 진정한 승부의 세계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부터 궁금했다. 공교롭게도 1회초 수비에서 첫 타구가 3루에 있던 최정에게 왔고 자연스럽게 이 공은 1루수인 최항에게 연결돼 타자를 아웃시키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최항은 이어진 수비에서 뜬공을 놓치는 실책을 범했고 그 여파로 SK는 1회에만 3점을 내줬다. 그 탓인지 2회말 최항이 데뷔 첫 타석에 들자 더그아웃에 있던 최정이 더 긴장했다. 혹시 동생이 수비 때문에 주눅이라도 들어 제 스윙을 못할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최항은 거침이 없었다. 2사 2루에서 상대 투수 돈 로치의 초구를 공략해 1타점짜리 우중간 2루타로 화끈한 신고식을 치른 뒤 득점까지 올렸다. 최정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스쳐갔다. 그리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동생과 기분 좋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형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최정은 3-4로 뒤진 3회말 로치를 상대로 좌월 동점 솔로홈런을 날려 시즌 26호째를 기록하며 리그 홈런 선두의 위용을 뽐냈다. 덕분에 동생은 그동안 어렵기만한 형이라 할 수 없었던 행동까지 했다. 홈런타자를 축하하기 위해 형의 머리를 맘껏 때릴 수 있었다.
긴장한 형제 만큼 승부는 팽팽했다. 형은 3타수 1안타 1타점, 동생은 4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렸고 6-6 동점으로 9회말을 맞았다. SK는 9회말 선두타자 김성현의 끝내기 홈런으로 7-6 승리를 거뒀다. 최정과 최항 형제에게도 짜릿한 하루였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