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고교 체육교사 '성추행' 사건… 줄잇는 제보글

김승환 교육감 “법인이사회도 특별감사를” 전북 부안지역 한 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부터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주장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교사가 성추행 외에도 성적과 학생생활기록부를 마음대로 조작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교사들도 제자들을 성희롱을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특별감사에 나선 전북도교육청은 해당 학교 이사회도 감사 대상에 포함시켜 사전에 해당 교사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했는 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26일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부안여고에 대해 학생인권교육센터 현지조사에 이어 특별감사에 돌입한 결과 체육교사 A씨로부터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40여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1학년 7개반 16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과 면담에서 이들 학생은 체육교사의 ‘의도적인 신체접촉’ 등 성추행 논란에 대해 “사실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들은 체육교사가 수업시간에 허리를 감싸거나 허벅지를 만지고 성희롱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 같은 성추행과 성희롱 발언은 수년간 지속됐으며, 각종 기념일에 선물을 강요하고 체육성적을 마음대로 줬다는 진술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성희롱 등에 관한 얘기를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학생들을 협박·강요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학생들이 개설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부안여고를 도와주세요’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날 현재 A교사의 행태를 고발하는 제보는 200여개에 달하고 있다.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문제의 교사에 대해 즉각적인 파면과 추가적인 성추행 의혹이 있는 교사들까지 발본색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측은 ‘사실덮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생은 SNS를 통해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학생들에게 불만사항을 익명으로 전부 써내라고 한 뒤 필적을 대조해 색출에 나섰다”고 토로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성추행’ 교사와 이를 수수방관한 교직원, 법인이사회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거듭 지시했다.

김 교육감은 이날 아침 간부회의를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 비춰보면 아이들의 교육과 성장을 돕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의 삶을 짓밟고 유린하는 흉기였다”며 “자격 미달인 인면수심의 사람이 어떻게 교사로 채용될 수 있었는지 법인이사회도 감사에 포함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육감은 또 “이 지역 중3 여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한 곳 밖에 없다보니 해당 사립학교가 마치 치외법권처럼 돼 있다”며 “고교 진학시 최소한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 전반에 대해 감사가 진행되는 만큼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성추행 여부가 사실로 드러나면 엄중히 처벌하고 감사결과를 외부에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