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경제인단이 푸짐한 선물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대규모 세탁기 공장을 설립하고, SK와 한국가스공사 등은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및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미국 내 공장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LNG 수출을 통한 무역적자 해소를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구에 딱 맞는 ‘맞춤형 선물’인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 이후 거세진 미국의 통상압력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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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위해 3박6일 일정으로 출국하고 있다. 성남=남제현 기자 |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총수가 방미길에 오른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LNG 전문 계열사인 SK E&S 유정준 사장과 함께 29일(현지시간) 미 최대 셰일오일·가스 회사인 콘티넨털리소시스 측과 셰일가스전 공동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SK E&S는 2014년 9월부터 콘티넨털리소시스와 오클라호마주 동북부 우드퍼드 셰일가스전을 공동개발하고 있으며, 이번 MOU를 통해 추가 개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제사절단의 선물보따리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LNG다. 트럼프 대통령이 LNG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도 지난 15일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통상 압박을 해결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미국산 LNG 수입 증대’를 제안한 바 있다. 이번에 방미 경제인단에 처음 포함된 중견 건설회사 ㈜한양도 미 LNG업체인 델핀사와 20년간 셰일가스를 연간 150만t 수입하는 내용의 주요 요건 합의서(HOA)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델핀사는 한양이 전남 여수 묘도(312만9000㎡)에 추진 중인 ‘동북아 LNG 허브터미널’ 사업에 지분을 투자한다. 에너지공기업 중 유일하게 경제인단에 포함된 한국가스공사는 북미지역 LNG가스전 개발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가스공사는 25일(현지시각) 미 루이지애나주의 사빈패스 LNG 수출터미널에서 미국의 셰니어 에너지사와 공동으로 미국산 LNG 인수식을 거행하고 2036년까지 20년 동안 연간 280만t의 LNG를 수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미국산 LNG 수입은 중동 중심이었던 LNG 공급선을 다변화함으로써 국내 천연가스 공급 안정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수입한 LNG가스 총 3200만t 중 카타르산이 37.1%로 가장 많고, 호주(14.7%), 오만(13.3%), 말레이시아(12.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방미 경제인단은 총 52명으로 박근혜정부 때에 비해 축소됐지만, 내놓는 선물보따리로 한·미 간 우호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실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대한상의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미국 내에서 한·미 FTA 재협상이나 양국 간 무역 불균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이번 경제인단의 투자계획을 통해 미국도 일자리가 확대되는 등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 주장이 수그러지는 효과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기업 총수 및 CEO들은 이날 오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비즈니스 서밋)’ 등 공식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수미·정지혜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