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스페셜 - '우주' 이야기] (19) “달을 분양한다고?”…웃어넘길 수 없는 소유권 경쟁

 ◆달에서도 등기가 가능할까?

'단돈 3만원이면 달에 있는 땅 1200평을 살 수 있다!'
 
귀가 솔깃한 투자 제안이다. 이처럼 현재도 실제로 달의 부동산은 거래되고 있다. 구입한 이는 전 세계에 600만명이 넘는다. 한국에서도 2004년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이미 꽤 많은 구매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정말 달을 소유할 수 있을까?

달 분양회사를 자처하는 달 대사관(Lunar Embassy·루나 엠버시)이 구매고객에게 제공하는 토지소유권 증명용 양도증명서. 출처=루나 엠버시 홈페이지

◆“The moon is mine!”…미국판 봉이 김선달의 소송

1980년 데니스 호프라는 미국인이 다소 허무맹랑한 소송을 제기했다. 달을 포함해 태양계 모든 행성과 위성의 땅에 대해 자신의 소유권을 인정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과 소련 정부에 같은 내용으로 편지를 보낸 적도 있다. 물론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은 그의 달 소유권을 인정했다. 당시 지구 밖 우주공간에 대한 국제규범은 유엔이 정한 우주천체조약(Outer Space Treaty)이 유일했다. 국가와 기관은 달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 그 골자다. 호프는 이 조약이 개인의 소유에 대해서는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관련 규정이 없으니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1980년 달과 태양계 행성들의 소유권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데니스 호프. 출처=유튜브

그는 이렇게 취득한 소유권으로 ‘달 대사관’(루나 엠버시·Lunar Embassy)이란 회사를 차렸다. 달의 앞면 1에이커(약 1200평)를 달나라 세금을 포함해 19.99달러(약 3만원)에 분양했다. 땅을 산 이에게는 등기부에 해당하는 양도증명서와 땅의 위치를 표시한 지적도가 주어졌다. 달 대사관에 따르면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영화배우 톰 크루즈와 톰 행크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감독 등과 같은 유명인사들도 땅을 구입했다. 이 중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직원들도 꽤 많다고 한다. 달 대사관은 1997년 나사가 무인탐사선으로 화성을 탐사하려 하자 당당하게 부지 사용료 청구서를 보냈다고도 한다.

USC라는 미국 회사는 1979년부터 기발한 사업을 시작했다. 고객을 모아 실제로 존재하는 별에 그 이름을 붙여 판매하고, 사진과 좌표가 적힌 증서를 발행해줬다. 2005년 성탄절 무렵 서울 명동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에게 별을 선물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이벤트는 바로 USC와 계약을 맺은 한국 회사의 프로모션 행사였다.

◆주권행사 제한·평화적 이용 권하는 ‘달 협정’, 그러나···

달 대사관과 USC는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을 팔았다고 볼 수 있다. 구매자도 실제로 투자하고자 구입한 게 아니라 로맨틱한 꿈과 낭만을 사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처럼 ‘봉이 김선달’식 개인 아이디어나 돌출행동과 달리 각국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달 소유권은 인화성이 잠재된 민감한 사안이다.
  
달의 소유권을 다루고 있는 유엔 우주 천체조약은 미·소간 우주경쟁이 가열되던 1967년에 만들어졌다. 정식명칭은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하는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 있어서 국가 활동을 규율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이다. 우주는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 평화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주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어떤 정부나 기관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게 조약의 핵심이다.
            
1967년 우주 천체조약에 서명하는 각국 대표단. 출처=유엔

하지만, 두해 후인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면서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미 우주인들이 성조기를 달에 꽂은 게 논란이 됐다. 조약에 따르면 지구 밖 우주공간은 어느 한 국가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국기를 달에 꽂은 행위는 약속 위반인 셈이었다.

에베레스트 등반가가 국기를 남긴다거나 한국 야구팀이 그라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것처럼 단지 상징적인 퍼포먼스였던 만큼 더 이상 논란은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만일의 일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우주 천체조약의 부속조약으로 ‘달 협정’을 채택한 것이다. 이 협정은 달의 평화적 이용과 과학적 연구의 자유, 특히 특정 국가에 의한 취득의 금지를 재차 규정하고 있다.

◆늘어나는 달 탐사선…민감해지는 달 소유권

그간 국가나 민족 간 영토분쟁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특히 세계를 열강과 식민지로 극명하게 나눈 15~17세기 지리상의 발견처럼 미개척 영토를 둘러싼 싸움은 더욱 격렬할 수밖에 없다. 외견상 평화로워 보이지만 21세기 오늘날에도 실제 무력을 쓰지 않는 저강도 분쟁은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달에 성조기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돌아온 미국의 ‘아폴로 17호’ 우주인 유진 서넌. 출처=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대표적인 곳이 남극이다. 현재는 남극조약으로 영유권 주장이나 자원개발을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2048년 조약의 만료 후에도 이 ’봉인’이 유효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불가침조약이나 신사협정도 한순간에 종이 쪼가리로 만드는 게 역사의 냉엄한 현실이다.
 
달 협정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100여 개 국이 가입한 우주 천체조약과 달리 이행조약인 달 협정에는 불과 13곳만 가입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심지어 주요한 우주개발국은 가입을 미루고 있다. 달 탐사와 개발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탓이다. 2025년 달 탐사를 추진 중인 우리나라 역시 가입을 유보 중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지난 2010년 우주개발 상업화를 골자로 하는 ‘신 우주정책’을 발표한다. 민간기업 주도로 우주개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2015년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상업적인 우주활동과 자원채굴을 가능하게 하는 새 우주 법을 통과시켰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스페이스 엑스와 우울한 오리진, 귀 글 등의 민간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자체 달 탐사계획을 내놓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RO)과 러시아의 공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각각 달에 유인기지 건설을 추진 중이었다. 내년 후반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인류 최초의 정착기지를 달의 남극 분지에 세우는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시아 역시 만만치 않은 저력으로 달을 향한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요즘 그야말로 우주 굴기 중인 중국, 또 전통적인 우주강국으로 분류된 일본과 인도가 각각 달 탐사위성을 보낸 데 이어 수년 내달 착륙을 호언장담하고 있다.

아직 달에 우리나라 이름으로 된 지명을 갖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역시 2025년 우리 손으로 만든 우주발사체로 달 탐사에 나선다는 원대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과학기술 변방으로 여겨지던 중동 산유국들도 막대한 오일 머니까 달 탐사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유가에 따라 가격 등락이 큰 원유 중심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계 여러 대륙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의 이면에는 내심 달에서 귀중한 광물자원을 채취하겠다는 야심이 깔려 있다. 달에는 백금과 희토류, 티타늄, 헬륨 3 등 귀한 광물들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 또는 기업의 운명을 가를 크나 큰 부의 원천이 묻혀 있는 것이다. 또한, 더욱 깊은 심우주로 가기 위한 전초기지 건설을 위해서도 달의 개발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조만간 우리는 신대륙 발견 또는 미국의 서부개척사에 버금가는 또 한 번의 거대한 ‘문 돌진’를 목도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 도전이 역사 속 영토분쟁이나 무력충돌이 아니라 인류의 공동 번영을 위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은 역사의 분명한 교훈이다. 본격적인 달 탐사 경쟁에 앞서 세계 각국이 다 함께 ‘외계인과 싸우지 말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라’, ‘무기를 소지할 수 없다.’라는 민간인 달 토지 소유자들의 평화로운 ‘달 규칙’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

<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