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대기권 재진입·핵탄두 소형화 성공 땐 美본토 타격 현실화

“정상궤도 발사 땐 1만㎞ 비행 가능” / 北 ‘화성-14’ ICBM 분류 조건 갖춰 / 알래스카·하와이·美 서부 사정권에 / 대기권서 고열·속도 처리 기술 관건 / 탄두 모양 KN-08·KN-14와는 달라 / ‘화성-12’ 기술로 다단로켓 장착 추정
북한이 4일 화성-14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힘에 따라 유사시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타격한다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 달성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평가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화성-14는 지난달 발사한 화성-12를 1단 추진체로 삼아 다단 로켓을 장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서부 타격권… 재진입 기술 관건

북한은 1980년대 스커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이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미국 본토 쪽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지속했다. 1990년대에는 노동미사일(사거리 1300㎞)을 앞세워 주일미군 기지를 위협해 미국에 대한 억제력을 발휘했다. 노동미사일은 운용기간이 20여년이 지나면서 스커드-ER(사거리 1000㎞) 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북극성-2(2000㎞)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대체됐다. 괌 공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던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3000㎞)은 지난해와 올해 수차례 시험발사에 실패했으나 지난달 화성-12 IRBM(5000㎞)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 알래스카 일부 지역이 북한 미사일 위협권에 들어갔다.
웃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위원장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 성공 사실에 기뻐하며 손뼉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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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4 미사일은 북한의 주장대로 ICBM으로 분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정상궤도로 발사할 경우 ICBM은 최대고도 1200~1300㎞에서 25~30분간 비행해 1만㎞ 안팎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평북 구성에서 발사했을 때 알래스카·하와이 전역과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일부 지역이 사정권에 포함된다. ICBM 탄두가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섭씨 6000~7000도의 고열과 마하 23~24의 높은 속도를 재진입체가 견딜 수만 있다면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 가능성은 현실화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북한이 발사한 '화성-14'의 모습.

◆화성-14의 기술적 출처는


북한은 이날 화성-14의 시험발사 성공을 밝히면서 발사 과정을 담은 사진들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8륜 특장차에 탑재된 채 발사를 기다리는 화성-14 미사일과 발사 직후의 모습 등이 담겼다. 이날 시험발사에 동원된 발사차량(TEL)은 중국에서 제작된 WS15200이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목재 운반용으로 6대를 도입해 미사일 발사차량으로 사용하는 WS15200은 2012년 김일성 생일 100주년 열병식과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KN-08·KN-14 ICBM을 싣고 나타났다. 지난 4월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에서는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을 탑재한 채 등장했다. 하지만 탄두의 모양 등으로 볼 때 화성-14는 KN-08·KN-14와는 전혀 다르다.
발사 명령 친필 서명 북한 조선중앙TV가 4일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를 명령한 친필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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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바로 화성-12 IRBM이다. 북한은 그동안 열병식 등을 통해 ICBM을 공개하며 무력시위를 했지만 실제로 발사를 시도한 적은 없었다. 무거운 ICBM을 우주공간으로 쏘아올리는 데 필요한 신뢰성 높은 1단 엔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화성-12의 시험발사와 80tf(톤포스: 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짜리 대출력 로켓엔진인 3·18혁명엔진 사출시험이 성공한 직후 ICBM을 쏘아올렸다. 이로 미루어볼 때 북한은 2012년 공개됐던 3단 ICBM인 KN-08의 1단 추진체를 화성-12로 대체하고 그 위에 2단 혹은 3단 로켓을 장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 교수는 “화성-12의 1단 연료탱크 길이를 줄이고 그 자리에 2단 로켓을 넣는다면 사거리가 길어진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해 탑재중량 500~750㎏짜리 핵탄두를 개발, 장착할 경우 미국 본토 서부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의 ICBM 운용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력이 강한 대형 핵탄두는 운용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핵무기 기술 발전 추세로 볼 때 작은 중량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