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름과 겨울 공존하는 그림같은 호수의 도시

둘레 11㎞ 호수엔 수영하는 사람들로 늘 북적이지만 주민은 9000명뿐 / 2차 세계대전 중에도 휴양지로 사랑받을 만큼 유럽 사람들의 힐링 명소 / 곤돌라로 50분 거리 ‘탑 오브 잘츠부르크’에 오르면 계절 뛰어넘어 흰눈 세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주 첼암제는 첼 호수 주위에 형성된 마을이다. 해발 757m에 있는 첼 호수는 둘레가 11.1㎞ 정도 된다. 호수 주위 야트막한 언덕은 한껏 초록빛을 뽐내는 나무와 풀들로 뒤덮여있고 그 뒤편으로는 설경에 뒤덮인 알프스 봉우리들이 솟구쳐 있다.
한여름 호텔에 에어컨이 없지만 그리 덥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덥다면 창문을 살짝 열어 놓으면 된다. 벌레 걱정은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별이 반짝이는 밤이 지나간 뒤 아침이면 새들의 지저귐으로 눈을 뜬다. 짹짹거림과 징징되는 지저귐은 창문을 열어놨기에 더 선명하다. 부스스 눈을 뜨며 창밖을 보면 멀리 높다란 산이 들어온다. 대지는 초록 풀빛이 만연한데, 산 정상은 매우 희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더운 날씨인데도, 저 높은 곳엔 아직도 흰 눈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주의 첼암제(Zell am See)의 첫인상은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실인지 꿈인지 혼란을 일으키며 시작된다. 현실임을 자각하려면 첼암제의 호수로 발걸음을 옮겨야한다. 첼암제 대부분 숙소가 호수 인근에 있어, 10여분 정도면 호숫가에 이른다. 뾰족한 세모 지붕의 집과 고풍스런 건물들이 스쳐 지나간다. 호수 주위 야트막한 언덕은 한껏 초록빛을 뽐내는 나무와 풀들로 뒤덮여있다. 시야를 좀 더 멀리 가져가면 설경에 뒤덮인 알프스 봉우리들이 솟구쳐 있다.

잘츠부르크시에서 80㎞ 정도 떨어진 첼암제는 ‘호수(see) 인근(am) 첼(zell)’이란 의미다. 첼 호수 주위에 형성된 마을 첼암제를 우리에게 와닿게 풀이한다면 ‘호반의 도시 첼’이다. 해발 757m에 있는 호수는 둘레가 11.1㎞ 정도 된다.

오스트리아 전통옷을 입은 아이들.
눈 쌓인 산이 눈 앞에 펼쳐져 있지만, 여름이다. 이맘때 첼 호수에선 남녀노소 요트나 보트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즐긴다. 호수에 뜬 배 위에서 한가로이 낚싯대를 드리운 ‘오스트리아 강태공’들도 눈에 띈다. 이걸로 부족한 지 다이빙과 수영을 하며 투명한 호수를 만끽하는 이들도 많다. 호수를 직접 즐기기 부담스럽다면 유람선도 있다. 한 시간 정도 호수를 한바퀴 도는 유람선을 타면 현지인들이 호수를 즐기는 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첼암제에서 만나는 외국인 대부분은 다른 나라 여행객이다. 첼암제 주민은 9000여명에 불과하다. 우리 눈에는 구분이 어렵지만, 작은 마을이 북적이는 것은 순전히 독일, 폴란드, 스위스 등 외국에서 오는 여행객들이 많아서다. 휴식 같은 친구처럼 다가오는 호수의 편안함을 즐기려는 이들이 이 작은 마을로 몰려오는 것이다.

첼암제 슈미텐산에서는 해발 2000m에서 알파인로즈 등 야생화를 보며 다양한 산책로를 즐길 수 있다.
인포메이션센터가 있는 부근이 첼암제의 ‘핫플레이스’인데, 북적임과는 거리가 있다. 여유롭게 카페에 앉아 커피나 맥주를 즐기자. 바삐 걷는 사람들이 없으니 천천히 눈을 맞춰 눈인사를 해도 어색함이 없다. 이런 평화로움은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이어져온다. 승기를 잡은 연합군이 휴양지로 삼았던 곳이다. 매주 화·목·일요일에는 분수 쇼가 펼쳐져, 한적한 시골마을의 무료함을 달랜다.

첼암제의 고봉 키츠슈타인혼 정상 해발 3029m에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탑 오브 잘츠부르크(Top of Salzburg)’가 있다. 케이블카와 곤돌라를 번갈아 타고 약 50분 정도 올라가면 여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뀐다.
첼암제 모습을 내려다보려면 슈미텐산에 오르면 된다. 해발 2000m의 슈미텐산은 곤돌라로 오를 수 있다. 이 곤돌라는 자동차회사 포르셰에서 디자인했다. 슈미텐산은 주위 풍경 뿐 아니라 해발 2000m에서 알파인로즈 등 야생화를 보며 다양한 산책로를 즐길 수 있다. 전망대에는 ‘시시 채플’이 여행객을 맞는다. 180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를 다스린 합스부르크의 황제 프란츠 조셉의 아내 엘리자베스 황후가 들린 곳이다. ‘시시’로 불린 엘리자베스 황후는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로, 전통적 관습보다 자유를 추구해 백성들에게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그가 여행하러 다니며 들른 곳은 유럽 전역에서 명소가 됐는데, ‘시시채플’ 역시 그런 곳이다.

첼암제에서는 ‘한 여름 속 겨울’을 즐길 수도 있다. 알프스 고봉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첼암제 시내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알프스 고봉 키츠슈타인혼(KITZSTEINHORN)에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탑 오브 잘츠부르크(Top of Salzburg)’가 있다. 케이블카와 곤돌라를 번갈아 타고 약 50분 정도 올라가면 이르는 곳이다. 분명 케이블카를 탈 땐 나무와 풀이 한창인 날씨를 보이다가, 점차 흰 눈덩이들이 보이더니, 정상에 이를 때쯤엔 겨울스포츠인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계절을 건너뛴 것이다. 해발 3029m에 있는 전망대에 이르면 주위의 높은 고봉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3000m 높이에 조성된 ‘깁펠벨트(Gipfelwelt) 3000’ 전망대에선 좀더 짜릿하게 설경을 즐길 수 있다. 약 360m 길이의 암벽으로 된 인공터널을 지나면 허공에 아찔하게 떠있는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선 그로스클로크너, 그로스베니디거 등 오스트리아 알프스 최고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첼암제(오스트리아)=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한국에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까지 비행기 직항편은 없다. 터키항공을 이용할 경우 이스탄불 환승 시 ‘무료 호텔/시티투어’ 서비스가 제공된다. 교통, 식사, 입장료, 투어가이드 등을 제공하는 무료시티투어는 이스탄불 환승시간 6시간 이상, 무료 호텔은 비즈니스 승객은 환승시간 7시간 이상, 이코노미는 10시간 이상인 경우 제공받을 수 있다. 다만, 승객이 원해서 6시간 이상 체류하면 서비스 이용이 안 된다. 터키항공 운항스케줄에 따라 6시간 이상 체류할 때에만 이용 가능하다. 인천에서 잘츠부르크를 갈 경우 매주 화·목·금·일요일(이스탄불 현지 기준), 잘츠부르크에서 인천으로 올 땐 월·수·토요일에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투어 프로그램은 날짜별로 상이하며 매일 시간별로 5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유명한 이스탄불 유료 관광지 등도 입장하는 등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여름에 첼암제를 즐기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첼암제에서 여름 시즌(5∼10월) 숙박을 하면 유람선 탑승과 슈미텐산, 톱 오브 잘츠부르크 케이블카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머카드’를 받을 수 있다.

●여름이라도 고산지대는 바람이 강해 춥다. 바람막이 점퍼와 긴바지, 운동화 등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