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희로애락을 같이하는 지역사회의 종갓집 같아야

예수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대안교회의 첫걸음
탈종교 현상과 맞물려 기독교를 떠나는 가나안 성도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아니다. 타종교로의 개종은 절대 못 받아들이는 기독교의 유랑자들이다.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서 민들레대안교회를 운영하는 화륜(57) 목사는 제도화된 틀과 내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예수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다. 그를 통해 대안교회의 흐름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목사를 서원하게 된 동기는

4대째 내려오는 기독교 집안의 장남으로서 고등학교 때 목사가 되기를 원했다. 집안에서는 의대 가기를 원했지만 신학대를 나와 미국에서 다시 신학을 공부해 목사 안수를 받았다. 집안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편이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대표인 작은 아버지 힘으로 광고회사에서 10년 동안 일했다. 그리고 토·일요일에는 교회의 부목사로 열심히 봉사했다. 그런데 감리교에서 제법 큰 교회를 일군 막내 삼촌이 자기 교회의 후임자로 나를 지목했지만 평소의 지론인 교회 세습 반대라는 신념이 있어 집안의 요구를 뿌리치고 사업을 시작했다.

작은 아버지의 은퇴와 함께 광고 회사가 부도가 났고 2002년 모든 것을 정리해 경기도 안성에 내려와 황토공방을 했다. 교회를 떠났지만 기독교인이라는 자기 신념을 던져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신앙상담을 부탁했다. 즉 방황하는 가나안 성도들의 마음을 치유해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황토 사업계의 큰 기업이 예기치 못한 언론의 몰매를 맞으면서 그 업종에 종사하던 중소기업들 대부분이 문을 닫게 되는 바람에 나도 황토공방을 접고 민들레대안교회라는 이름으로 작은 교회 운동을 시작했다.
예배를 시작하기 전 촛불 점화의식을 통해 참석자들이 자신을 정화하고 하나님과의 끈을 이어준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대형교회의 선교방식은

대형교회와 재벌의 형태가 같다. 버스를 돌리면서 타 지역의 주민까지 전부 한곳으로 모이게 하는 방법이나 지역마다 지점같이 작은 성전을 만들어 그곳에서 영상을 통해 큰 교회 설교를 듣게 하는 방식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적어도 자기 거주 지역의 교회를 찾아가게 하는 것이 그나마 군소 교회가 살 수 있는 길이다. 대형마트가 버스를 돌려 소비자들을 끌어오는 방식이나 대형교회가 원거리 주민들까지 모으는 행위는 독과점 행위 혹은 상도의도 없는 자본주의의 병폐와 같은 것이다.

-예배의식이 기독교와는 다른 것 같은데

나는 성공회의 전례가 부럽다. 기독교가 가톨릭으로부터 나올 때, 모든 것을 폐하고 나온 것이 무척 아쉽다. 그래서 예배는 성공회 전례를 차용했다. 촛불의식이 나름 나를 정화하고 하나님과의 끈을 이어준다는 믿음이 있다. 기독교는 말씀과 책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종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례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신비의 끈을 체험하는 것도 예배에 참석한 이에게 감화를 줄 수 있다.

생명같이 지키라는 예배시간도 비교적 자유롭다. 농촌이라는 지역을 감안해 성도들과 의논한다. 농사일 때문에 바쁘다면 저녁에 그 농가를 방문해 예배를 올리기도 한다. 무조건 말씀을 전하는 일방 통행식 예배에서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전하고 이해하는 대화의 시간이 되도록 노력한다.  

-탈종교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 기독교는 경제성장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비약적 성장이 멈춘 시대다. 만약 우리 경제가 또다시 성장한다면 교회도 성장하겠지만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중 하나가 교회가 지역 사회의 정신적 중심 센터가 돼야한다. 그것을 성공회가 잘 하고 있다. 결혼식과 장례식을 모두 교회가 중심이 되고 죽은 이의 기일이 오면 그 후손이 안 와도 후손 대신 추모예배를 드린다. 마치 불교에서 천도재를 올리는 것처럼, 그것이 모든 이가 떠난 농촌에 후손과 조상의 끈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교회가 단순 말씀을 전하는 곳이 아니라 공동체의 중심 센터가 돼야 한다.

-제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에서 조금 산다고 하는 집안은 돌아가신 자기 선조들의 초상화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있다. 그것이 일종의 제사의식이다. 기독교 일부 교파도 자기 조상을 우리 족보 못지않게 여기며 자기들의 뿌리를 찾고 죽은 자기 조상이 좀 더 나은 세계로 가서 살기를 기대한다.

성공회는 제사라는 우리 문화를 존중하며 제사를 조상숭배로 보지 않는다. 제사라는 것은 가족 공동체가 친교와 화합을 통해 자기 조상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일에도 별세자 예배를 드린다. 기독교는 조금 전까지 살았던 혈육도 돌아가시면 하루아침에 귀신 취급한다. 그러나 고향 등진 사람, 선산에 산소만 있는 사람 등을 대신해 교회가 종갓집 역할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마을의 중심센터로 자리 잡아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교회의 구성원이라는 신앙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

이곳은 언제든지 농촌형 공장지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불교의 의식을 도입한 암자교회를 만들고 싶다. 도시 생활에 지쳐 있는 사람, 신앙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주고 싶다. 또 많은 여성이 낙태로 인한 죄의식을 갖고 홀로 가슴에 품고 고통당하고 있다. 특히 과거 태아가 남자가 아니라고 낙태시킨 사람들은 자기 자식을 죽였다는 죄의식으로 인해 심적 부담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천도재를 지낸다. 이런 점에 착안해 어머니 뱃속에서 죽은 태아와 엄마가 화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방법을 찾고 싶다. 일본의 경우 유산 혹은 낙태시킨 영혼(水子靈)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위로하는 의식이 있다.

정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