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안부 변호사' 송기호 "합의 아닌 공동 발표문"

"위안부합의 재논의 '국민정서상' 논리 옳지않아…국제인권법 충족하자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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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임박한 시각. 그는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12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새로운 사람이 탈 때마다 인사를 했다. 이 거대한 빌딩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그는 1심에서 12·28 한·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 문서 공개 판결을 이끌어낸 법무법인 수륜의 송기호(54·사시 40회) 변호사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몰업무동 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송 변호사는 올해 초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나와 가락몰에 사무실을 냈다. 지하철 8호선 가락시장역에 내리면 역사에는 그의 변호사 사무실 개소 광고가 보인다. 12층에 위치한 사무실 창밖으로 광활한 출하장과 경매장, 부지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는 “30년 전 청년 농민들과 상경해 출하를 했던 곳이 가락시장”이라며 이 장소를 각별해 했다.

1985년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청년 송기호는 제대 직후인 1987년 전남 해남과 나주, 영암 일대 농촌에 뛰어들어 5년간 농민운동을 했다. 늦깎이 변호사가 된 뒤 전문분야는 농업과 국제통상이었다. 

통상전문가인 그에게는 화두가 생겼다. ‘왜 국가가 민주적 정당성이 미비한 결정을 해놓고 다른 국가와의 약속임을 명분으로 내세워 다시 내부 민주주의를 겨냥하는가’라는 것이다. 12·28 합의는 딱 그 사례였다. 그는 “위안부 공동발표는 심지어 어떤 조약도 아니고 합의문도 아닌 공동의 발표문인데, 그게 하나의 국제법적 질서로 강요되고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과 존엄성이라는 가치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다 가족이 있다. 그 돈을 거절할 때엔 가족들에게 또 얼마나 미안했겠느냐”고도 했다. 국가가 과거 이들을 보호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고 협상이 시작된 건데, 오히려 중대한 2차 권리 침해까지 한 셈이란 얘기다.

그는 “2015년 한·일 외교장관의 공동 발표문이 구속력을 인정할 만큼 의미 있는 것으로 국제인권법 상 성립되기 위해선 강제연행이라는 핵심사실을 일본이 인정하는 것이 전제”라며 “그걸 파악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4월 제1차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 개시 이후 2015년 12월 27일 제12차 한·일 국장급 협의까지의 문서를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청구를 외교부에 냈다. 이후 ‘외교부의 비공개 결정→송 변호사의 이의신청→외교부의 기각’으로 이어진 줄다리기 끝에, 송 변호사가 서울행정법원에 기각결정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냈다. 지난 1월 법원은 송 변호사의 손을 들었지만 외교부가 항소해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시작됐다. 13일은 2차 변론일이다. 그는 “비공개가 옳다는 선례를 남길 수 없어 꼭 이겨야 하는 소송이라 부담이 크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위안부 문제 대응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와의 통화에서 밝힌 것처럼) 국민정서 상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논리로 계속 나아가선 안 된다”며 “일본의 시각 대로 한국은 의미 있는 약속을 했다가 여론이 춤추면 달라진다는 식으로 규정을 당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와 전쟁범죄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국가 권력이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그 의무와 행동에 대해 국제인권법에 확립돼 있고 유엔 총회 결의도 있다”고 했다. 12·28 합의가 국민 정서 이전에 국제법적으로 원천무효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12·28 ‘합의’ 대신에 ‘공동발표’라는 표현을 고집했다. 재협상이라는 용어도 쓰지 않았다. “비엔나 협약에 ‘합의는 문서로서 한다’고 돼 있다”, “의미있고 적법한 합의가 실재할 때 재협상이라는 용어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취임 후 12·28 과정 전반을 돌아보는 내부적 점검을 지시한 상태다. 송 변호사는 이에 대해 “재점검 과정에서 국제인권법 상 합의로 성립될 수 없는 것이었음을 확인하고, 그 문제제기 위에서 풀어가야 한다”며 “국제인권법 상 의미있는 합의의 필요성을 근거로 일본에 다시 진실을 요구해 새로운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제대로 합의를 하려면 강제연행이라는 실체적 진실을 일본이 인정하고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기념물인 소녀상도 인정한다는 내용을 갖춰서 서면에 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남정탁 기자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