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7-13 10:17:43
기사수정 2017-07-13 10:41:55
철쭉 꽃잎 끝자락에 물방울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군요. 저 하나를 만들기 위해 우주가 온 힘을 다 쏟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물방울 하나를 만들려면 우선 태양은 강렬한 열기로 지상의 액체를 하늘로 띄워야 합니다. 수증기로 가득 채워진 구름은 바람 따라 둥둥 떠다닙니다. 구름이 하강을 준비하자 달과 별과 태양은 그속에서 숨바꼭질하며 이별의 아픔을 다독입니다. 드디어 비로 변신한 구름이 천상에서 내려오는 날! 그 한 방울이 꽃잎에 떨어지면 물의 응집력, 표면장력, 지구의 중력이 합세해 동그란 물방울을 완성하죠. 수천억 개의 수천억 배나 되는 수소와 산소 알갱이가 그 하나를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집니다.
우리의 사랑도 그렇습니다. 하나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물방울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무수한 인연과 우주적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제가 이번에 펴낸 《사랑의 온도》를 물방울로 채운 까닭입니다. 책에는 도심 골목길 등지를 산책하면서 스마트 폰으로 촬영한 22장의 물방울 사진이 담겨 있습니다.
책의 제목을 왜 사랑의 온도로 정했느냐고 궁금히 여기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것은 사랑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따스함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하면 심장이 펄펄 끓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지만 반대로 사랑이 떠나가면 찬 바람이 일어납니다. ‘사랑이 식었다’는 표현처럼 말이죠. 사랑에서 꼭 필요한 것은 섭씨 36.5도의 체온입니다. 사랑은 나의 36.5도와 상대의 36.5도가 만나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영적인 활동이니까요.
《사랑의 온도》는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임무를 띠고 태어났습니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마음의 온도가 1도 상승한다면 우리가 사는 지구별은 좀 더 따뜻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취지에 맞게 저자의 인세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공적 용도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일기일회(一期一會)의 말처럼 사진속의 철쭉 꽃잎과 물방울의 만남은 일생에 단 한 번뿐입니다. 수천 생을 거듭한다 해도 둘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겁니다. 철쭉에 물방울이 다시 맺힐지라도 물방울은 이미 그 물방울이 아니고 철쭉의 꽃잎도 똑같은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죠.
어디 철쭉뿐일까요. 사람의 만남 역시 평생에 단 한 번뿐입니다. 내 앞에 마주한 존재는 벌써 어제의 그가 아니고, 그 존재는 머잖아 내 곁을 홀연히 떠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절대 사랑만큼은 내일로 미루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에게 나의 체온이 실린 따스한 온기를 전하세요. 내 앞의 존재가 사라지기 전에 지금 당장!
배연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