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억의 아이스께끼' 30년 만에 부산시청 광장에 등장

“아이스께끼! 시원한 아이스께끼! 왔어요…”

두꺼운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추억의 아이스께끼’가 30여년 만에 부산시청 녹음광장에 등장했다.

지난 14일 오후 7시쯤 부산 연제구 연산5동 부산시청 후문 맞은 편에 위치한 등대광장 입구를 막 벗어나는 데 귀가 의심스러운 “시원한 아이스께끼∼∼”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지난 14일 오후 7시쯤 부산시 연제구 부산시청 뒤편 등대광장 등나무쉼터에서 30대 남성이 ‘추억의 아이스께끼’ 통을 열고 시원한 아이스께끼를 꺼내고 있다. 통 측면에 대문짝만하게 써놓은 ‘추억의 아이스께끼’란 글씨가 선명하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커다란 직사각형 통을 멘 체 거제시장을 한바퀴 돌아 더위를 피해 나온 주민들이 가득한 시청 주변 녹음광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 버튼을 켰다.

순간적으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도로 한 블럭 건너 편의점이 지천에 널려 있고, 50% 할인은 상시적으로 하는 대형 마트가 즐비한 데 누가 별로 위생적일 것 같지도 않은 메고 다니는 통에 든 아이스께끼를 사먹겠는가’라는 의문이 든 것.

이 같은 생각은 곧 착각이었음이 드러났다.

아이스께끼맨을 뒤따라 불과 몇 발짝 걷는데 등대광장 내 등나무쉼터에서 장기를 두던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어이∼”하고 부른다. 즉석에서 3개가 팔렸다. 개당 1000원,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은 편의점과 같은 가격이다.

아이스께끼를 든 어르신들이 장기판을 내려다보고 있다.
휴대폰 카메라 버튼을 서너차례 누른 뒤 재빨리 통안을 살폈다.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이스께끼가 반 통 정도는 차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 팔리고 바닥에 몇 개 남지 않았다.

통의 크기로 보아 손가락 2개 길이의 사각형 아이스께끼가 150∼200개는 여유있게 들어갈 공간이었다. 아마도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던 한낮부터 영업을 시작했던 모양이다.

고객의 반응도 좋았다. 동료가 건넨 아이스께끼를 한 입 베어 문 김차곤(78)씨는 “아이스께끼를 마지막으로 먹어본 지가 80년 중후반대로 기억되니 한 30년은 족히 되는 것 같다. 그 옛날 아이스께끼 맛이 좀 나는 것 같다”며 빙긋이 웃었다.

부산에 온 지는 얼마나 됐는 지 묻자 “아따 기자 양반이 사생활까지 다 캐는 기요…”하며 농으로 응수하던 그는 “20대 중반이던 1965년 서부 경남에서 부산 남구 문현동으로 이사와 당시만 해도 잘 나가던 동명목재에 취업해 끗발 날렸었는 데 어느 듯 염라대왕이 부를 때가 머지 않은 것 같다 ”고 잠시 젊은 시절을 회고했다.

아이스께끼 한 통이 몇시간 만에 다 팔린 듯 텅비어 있다.
이날 아이스께끼는 김상규(77)씨가 주변 동료를 위해 께끼턱을 쏘았다. 그는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사는 데 마침 아이스께끼 통이 지나가기에 불렀다”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세히 보니 현대식 아이스께끼는 옛 것과 달리 회사명이 적시된 비닐로 포장이 잘 돼 있어 매우 위생적이다.

향수가 묻어나는 매고 다니는 아이스께끼가 재래시장과 주변에서 잘 팔리는 것은 찜통더위 속에 가게를 비우기가 어려운 상인들과 음식점 손님, 공원에 바람쏘이러 나온 시민들이 즐겨찾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는 상황에서 나름의 아이템을 개발, 스티로폼 아이스께끼 통을 메고 다니며 추억을 선물하는 저녁 나절 젊은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글·사진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