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박창진 사무장은 지금, 입사21년차인데 신입과 같은 일…"왕따 확실히 배우는 중"

'땅콩 회항'사건 진실을 말했던 박창진 사무장은 "입사 21년차임에도 신임 승무원과 같은 일에 배정돼 왕따가 무엇인지 배우고 있다"고 담담히 말하고 있다.
2014년 12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을 폭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박창진 전 사무장이 신입 승무원이 하는 일을 배정받는 모욕을 묵묵히 이겨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사무장은 병가 등 1년 3개월여 휴직한 뒤 지난해 4월 승무원 자리로 돌아 왔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자리는 사무장이 아닌 일반 승무원. 그 것도 입사 1~3년 차 신입 승무원들에게 배정되는 이코노믹 구역을 담당토록 했다.

입사 21년차인 박 전 사무장은 지난 13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좌석, 화장실을 청소하고 현장 일을 한다"며 "회사에 복직했다지만 제 자리(사무장)를 강탈당했고 동료의 멸시를 받으면서 '이 일을 계속 할 것인가'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따가 뭔지 확실히 배우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사무장은 "자존감, 동료의 멸시를 받으면서 이 일을 계속 할 것인가"고 매일 고민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그렇지만 "10년(아래) 더 되는 후배 지시를 받고 일하는데 자존심 상한다고 내팽개치는 순간 제 생존권을 강탈당하는 것이다"며 매일 넥타이를 고쳐매고 자리에 다시 서는 이유를 솔직히 털어 놓았다. 

더불어 "미약한 개인이지만 권력과의 투쟁에서 정도를 걸었을 때 권리를 회복할 수 있다, 그게 맞는 사회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저 다음에 똑같은 일이 생기는 것을 막고 싶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팀장(사무장)으로 복귀한다고 해서 큰 명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 만 제 자리를 온전히 찾아내는 것도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거 같다"고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샜다. .

대한항공 측이 박 전 사무장을 이코노믹 구역에 배치한 표면적 이유는 팀장(사무장) 직책을 맡을 수 있는 기본 조건인 방송A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전 사무장은 "제가 꽤 영어를 잘 하는 편인데, 그걸로 계속 (승무원 자격시험 중 하나인 영어방송 자격을) 탈락시키고 있다. L과 R 발음이 안 된다는 식이다"며 "20년 동안 영어 능력을 최상위로 유지해서 사무장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볼 땐 핑곗거리 같다"고 씁쓸해 했다.

박 전 사무장은 복직후 5차례 방송A 자격시험에 탈락했다.

땅콩 회항 사건 전인 2013년 박 사무장은 사내 영어방송시험의 '방송자격 A'보다 등급이 더 높은 '영어방송자격(영 WT3)'까지 획득한 실력자이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KBS 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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