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7-17 19:19:13
기사수정 2017-07-18 14:38:29
주민, 마을회관·대피시설서 쪽잠 / 수도마저 끊겨 수해복구 애먹어 / 청주시 위험 안내문자 뒷북 발송 / 기상청 강수량 예측도 크게 빗나가 / 가옥 686채·농경지 4962ha 등 피해 / 청주 등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
지난 16일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충북 청주시에서는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50가구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은 17일 이른 아침부터 집 안에 들어온 토사 등을 정리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 마을은 어제 내린 290㎜의 비로 마을 전체가 잠겼다.
이 마을 박의규(55) 통장은 “방바닥과 가재도구 등을 씻어야 하는데 상수도 물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며 “주민 100여명은 어젯밤 마을회관과 대피시설에서 잠을 잤다”고 어려운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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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복구 ‘구슬땀’ 육군 제32보병사단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병천면은 지난 16일 25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하천 둑이 무너지고 도로가 끊기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천안=연합뉴스 |
주민들은 이번 비 피해가 청주시의 늑장 대응이 빚어낸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당시 청주 복대동 죽천교 주변 주택 침수와 차량이 빗물에 잠기면서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한 주민은 “도로에 고인 물이 빠지지 않아 주택이 잠기면서 아수라장이 됐는데, 죽천교 수문을 열자 한순간에 물이 빠졌다”며 “청주시의 늑장 대응 탓에 피해가 커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청주시는 오전 7시10분부터 1시간 동안 91.8㎜의 물폭탄이 떨어졌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내문자 메시지가 발송된 건 109.1㎜의 비가 내린 오전 8시 정각이다. 가장 물난리가 심했던 복대동·비하동 일대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문자는 이날 오전 내내 없었고, 재난방송 역시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나왔다. 청주시 직원들에겐 이날 오전 10시10분에야 동원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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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시간당 9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한 때 범람 위기에 놓였던 충북 청주 무심천. 청주=하상윤 기자 |
청주시가 지난해 5월 개신동 충북대 정문 앞, 2014년 내덕지구, 2012년 내수지구에 각각 지은 우수저류시설들은 사업비만 총 259억원이 들어갔지만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우수저류시설은 지하에 설치되며 집중호우 때 하수관로가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담아 두는 역할을 한다.
기상청의 강수량 예측도 한참 빗나갔다. 기상청은 지난 16일 오전 충북 중북부 지역에 30∼8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실제로는 이보다 무려 최고 10배 가까운 290.2㎜의 폭우가 내렸다. 청주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시간도 오전 7시10분이다. 시간당 최고 91.8㎜의 폭우가 퍼붓기 시작한 때에 맞춰 발령된 것인데, 신속한 예비 대처가 필요한 주민들에게는 하나마나한 ‘늑장 특보’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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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충북 청주에 시간당 9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 오후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침수 피해 주민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청주=하상윤 기자 |
이번 비로 충북과 경북 등에서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또 충청, 강원 등에서 이재민 517명(284가구)이 발생했다. 가옥 686채와 공장·상가 건물 16동, 농경지 4962㏊, 비닐하우스 77동 등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삼성·현대 등 5개 손해보험사는 지난 주말 집중호우로 이날까지 자동차 침수피해 건수가 총 1107건, 예상 피해금액은 124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청주시 호우 피해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수습상황을 점검하며 “청주와 진천, 괴산, 증평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은 응급대책과 재난구호 등 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의료상 특별지원을 받게 된다.
청주=김을지 기자, 이정우 기자
e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