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7-26 19:15:57
기사수정 2017-07-27 16:23:19
민주 “부자 증세” vs 한국당 “서민 감세”… 치열한 ‘프레임 전쟁’ / 추미애 “명예과세 국민 85%이상 찬성” / 연 소득 3억∼5억 소득세율 40%로 인상 제시 / 우원식 “현실적 과세정상화 논의해야” / 한국당 “文정부 필요재원에 크게 부족” / 담뱃값·유류세 인하카드로 맞불 작전 / 국민의당·바른정당, 양당 허점 공격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세금 정책을 놓고 치열한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권은 초고소득자·초대기업에 대한 ‘부자 증세’ 필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당은 담뱃값·유류세 인하 등을 추진하며 ‘서민 감세론’을 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부자 증세로는 필요한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당도 집권 당시 담뱃세를 인상해 놓고 다시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자기 모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은 원내 1, 2당의 이 같은 약점을 파고들며 양쪽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초대기업, 초고소득자에 대한 ‘명예 과세’에 국민의 85%이상이 찬성하고 있다”며 국민 대다수가 ‘부자 증세’에 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0년 전 노무현정부 시절엔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한나라당의 ‘세금 폭탄’ 공세가 먹혔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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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LGU+ 고교실습생 사망사건 해결’ 상생 꽃달기 행사에 참석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추 대표는 또 이날 낮 일부 기자들과 만나 연소득 3억∼5억원 소득세 과표구간을 설정해 소득세율을 40%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 1억5000만원∼5억원 (38%)인 소득세 과표구간을 나눈 뒤 소득세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정책위 관계자가 이 같은 방안 검토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추 대표가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슈퍼리치 적정과세’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도 불가분의 관계이며 ‘사람 중심 경제’를 구현한다는 의미에서 ‘상생 과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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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얘기 하나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철우 최고위원이 26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한국당은 민주당의 ‘부자 증세’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재원 178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4조원밖에 증세시킬 수 없는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듣기 좋은 말로 국민을 현혹한 뒤 중산층·서민 과세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당은 부자 증세에 맞서 ‘서민 감세’ 카드를 선택했다. 담뱃값·유류세 등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세제를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담뱃값 인하는 현행 4500원에서 2500원으로, 유류세 인하는 배기량 2000cc 미만의 모든 차종의 유류세를 절반으로 내리는 것이다. 이는 홍준표 대표가 대선후보 시절 서민부담 경감 차원에서 공약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국당이 집권 시절 담뱃값을 현행 4500원으로 올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당장 민주당은 ‘자가당착’이라고 맹공했다. 추 대표는 “한국당이 자신들이 올린 담뱃세를 이제 와서 내리자고 하는 것은 (예전) 자신들의 인상 명분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원내 3·4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부자 증세와 서민 감세의 허점을 공격하고 나섰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한국당의 담뱃값 인하 법안 발표 검토는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미래 세대를 위해 재정건전성 수호를 사명 중 하나로 해야 하는 보수정당으로서는 정체성을 버린 격”이라고 몰아붙였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여당은 말장난으로 어물쩍 증세를 추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정구조 개혁을 단행해서 유능한 재정운영자라는 믿음을 주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