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7-26 19:53:29
기사수정 2017-07-27 07:26:35
신불자 양산 ‘신종수법’ 판친다/ 전자제품 신품 중고판매 돈 마련 / 車 할부 사고 명의 해지 후 되팔아 / 적발 위험·고액 수수료 요구 없어 / 직장인·자영업자 등에 급속 확산 / 금감원 “불법 앱 실시간으로 감시”
서울 동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40)씨는 지난 22일 신용카드로 150만원 정도 하는 노트북을 구매한 뒤 곧바로 20만원 정도 가격을 낮춰 중고거래 장터에서 팔았다. 그렇게 손에 쥐게 된 130여 만원은 카페를 마련할 때 생긴 대출 이자를 갚는 데 고스란히 들어갔다. 제 살 깎아먹는 짓이라는 걸 모를 리 없지만 당장 필요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최근 매출이 급감하며 자금 사정이 워낙 어려워진 상황 때문이었다.
A씨가 현금을 마련한 방식은 신종 ‘깡’의 한 형태인 ‘전자제품깡’. ‘카드깡’(신용카드로 특정 업체에 결제를 하고 현금을 환급받는 형태)에 비해 번거롭긴 해도 적발될 위험이 거의 없는 데다 카드깡처럼 환급액의 20∼50%를 수수료로 떼이는 것도 아니어서 최근 급전이 필요한 직장인, 자영업자, 대학생, 무직자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하지만 깡으로 생기는 손해는 결국 본인에게 돌아오기에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휴대전화를 할부로 구매한 뒤 곧바로 되파는 ‘휴대전화깡’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B(27)씨는 지난해 10월 다단계 사업에 빠져 업체의 물품 구매비를 마련하기 위해 휴대전화 3대를 할부로 구입한 뒤 곧바로 명의를 해지하고 되팔아 150여 만원을 만들었다. 전자제품깡이나 휴대전화깡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큰 형태인 ‘자동차깡’도 있다. 자동차를 이용해 급전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소액결제를 한 뒤 50% 상당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현금을 마련하는 ‘소액결제깡’도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최근 경찰에 소액결제깡이 적발돼 그 심각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달 소액결제 앱을 운영하며 17억원 상당을 현금화시켜 준 뒤 3억4000만원을 수수료로 챙긴 C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같은 소액결제 현금화 광고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불법금융광고 단속에서도 202건이나 적발돼 통장매매, 미등록대부, 작업대출 등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유형으로 조사됐다.
신종깡 이용자들의 실태가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는 않지만 까드깡 이용자들의 신용이나 금융 활동의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26일 금감원에 따르면 2015년에 적발된 카드깡 이용자 1만5851명 중 9032명(56.9%)은 7∼8등급 이하의 신용등급을 보였고 23.5%에 해당하는 3728명은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불법 현금화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행위여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깡을 중개하는 업체도 불법소득을 신고하지 않아 세금을 탈루하는 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 및 한국전화결제산업협회 등은 현금화 불법 앱 등 각종 깡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범죄 사실이 발견될 경우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당수 사람들이 전자제품이나 휴대전화 등을 되파는 형태의 깡을 불법인지 모르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깡을 이용할 경우 카드거래 한도 축소나 거래제한 등의 제재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