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월남사지 석탑서 청동병 발견…제작연대 규명 실마리

전남 강진 월남사지 삼층석탑의 3층 몸돌 하부에서 사리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병이 나왔다. 청동병이 발견됨에 따라 석탑의 제작연대 등이 규명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월남사지 삼층석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높이 22㎝, 최대 너비 11㎝의 청동병을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청동병 내부에는 흙이 3분의 1 정도 채워진 상태다.

강진 월남사지 삼층석탑에서 나온 청동병. 문화재청 제공
청동병을 수습한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엑스레이(X-ray)와 컴퓨터 단층촬영(CT) 장비로 조사하고, 흙을 분석해 유물의 성격과 제작 연대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어 부식물 제거, 재질 강화 처리 등 보존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청동병이 나온 월남사지 삼층석탑은 높이가 8m에 이르는 백제계 석탑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이 석탑의 제작 연대를 놓고 후삼국시대라는 주장과 고려 후기라는 견해가 대립해 왔다.

월남사는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진각국사(1178∼1234)가 창건했다고 기록돼 있으나, 최근의 발굴조사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유구(遺構·건물의 자취)가 확인돼 고려시대 이전부터 사찰이 운영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청동병에 나 있는 구멍은 무언가를 담으려고 일부러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청동병의 제작 시기와 재질이 규명되면 석탑이 언제 세워졌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