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8-02 19:08:07
기사수정 2017-08-02 23:41:39
前 362사업단장 문근식씨 밝혀“재원 마련 어려워진 것도 원인/ 조영길 前 장관 7년 내 개발 지시/ 정부 총괄 국책사업 가야 성공”
“노무현정부 때 추진된 362사업(핵추진 잠수함 개발사업)이 좌초된 결정적 배경은 해군이 핵잠수함보다 이지스함 확보에 더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노무현정부에서 362사업단장을 역임한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사진) 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이 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핵잠수함 개발은 반드시 정부 주도의 국책사업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 발언을 계기로 문재인정부의 자주국방 기조의 하나로 핵잠수함 건조론이 부활 조짐을 보인다.
군 당국은 노무현정부 때 핵잠수함 개발을 동맹인 미국에도 알리지 않은 채 비밀리에 진행했다. 362사업의 명칭은 해군이 당시 노 대통령에게 핵잠수함 건조를 보고해 승인받은 2003년 6월 2일이란 의미가 담겼다.
그동안 362사업 좌초 배경으로는 △언론보도 △해군의 의지 부족 △재원조달 문제 △미국의 반발과 주변국 상황 등 여러 이유가 제기돼 왔다. 문 국장은 “2003년 당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도 않았고, 잠수함에 탑재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나서지도 않은 상태였다. 지금보다 안보가 위중하지 않았다. 해군은 핵잠수함보다 이지스함 확보가 더 시급했다. 한정된 국방비 내에서 해군이 두 가지 사업을 모두 추진하겠다며 의지를 보이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핵잠수함 개발을 해군 주도 사업으로 추진하다 보니 재원 마련이 어려워진 점도 중도 포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며 “당시 비밀리에 핵잠수함 개발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는 내심 사업을 접고 싶은 군에게 핑곗거리를 제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핵잠수함 개발이 묻히는 대신 해군은 이지스함을, 육군은 탱크킬러로 불리는 아파치 헬기를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핵잠수함 개발의 시발점을 묻자 조영길 전 국방부 장관의 혜안(慧眼)이 크게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문 국장은 “7년 안에 개발하라는 조 장관의 지시가 떨어졌는데 당시 우리 기술력으로 핵잠수함 설계 건조능력은 불확실했다. 디젤잠수함을 운용한 지 10년 정도밖에 안 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이 핵잠수함 개발 카드를 꺼낸 배경이 뭐였느냐고 묻자 “당시 조 장관의 판단은 미국, 영국, 프랑스가 모두 디젤잠수함을 도태시키고 핵잠수함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는 핵잠수함의 전략적 가치와 효용성을 간파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문 국장은 설명했다.
디젤잠수함은 2차대전의 영웅이긴 했으나 수상함과 항공전력의 발달로 전쟁 말기부터 맥을 추지 못했다. 현재 핵잠수함 건조가 탄력 받는 이유에 대해선 문 대통령의 추진 의지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방 등으로 2003년과 비교할 때 위협 조건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 국장은 “인도는 2012년 핵잠수함을 독자개발했는데 무려 32년이 걸렸다. 국책사업으로 가지 않아서 그랬다. 미국은 1954년 트루먼 대통령의 지시로 8년 만에 만들었다. 러시아는 정부 주도로 9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빨리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원자력연구소나 국방과학연구소 주도의 개발은 한계가 있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핵잠수함은 반드시 사업관리를 정부가 총괄하는 국책사업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