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휴가시즌인데…장애인도 여행 떠나고 싶다

“나는 여행을 혼자 갈 수 없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태어난 김현미(가명)씨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소풍·수학여행조차 떠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김씨는 지인의 권유로 몇 년 전 첫 여행을 다녀오게 됐고 ‘여행에서 경험들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씨는 계속 여행을 다니고 싶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중증 장애인인 김씨의 경우 여행지를 돌아다니기 위해선 ‘활동보조인’을 꼭 동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담당 활동보조인과 시간에 대해 따로 협의해야 하고, 그들의 비행기, 숙소 등 여행경비도 자신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며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행지에서 활동보조인과 연결된다면 경비가 절약되겠지만 알선이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50만명에 달한다. 그중 70%가 넘는 장애인은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한 지체·뇌병변·시각 장애인이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활동보조인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다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가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을 연결해주는 서울·경기·충남·광주·강원·부산·제주 지역의 장애인생활자립센터(이하 중계기관)에 ‘여행 시 활동보조인의 지원 가능 여부’를 취재한 결과 7곳 중 6곳이 “타 지역에서 온 장애인도 활동보조인 지원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 곳은 “거주지 중심으로만 활동보조인을 연결해 준다”고 전했다.

기관들은 “한 주에서 한 달 전 미리 센터에 알려야 하고 활동보조인의 상황에 따라 연결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의 한 중계기관은 “서비스 절차가 번거롭고 단기간 일할 활동보조인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연결되기는 힘들고 임기응변식으로 자원봉사기관에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광주의 한 중계기관도 “각자 담당하는 장애인이 있어 해당 날짜에 일하려는 사람이 있을지 불확실하고 24시간 지원받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4개 단체는 서울 여의도에서 '장애인 아고라'를 열고 장애인이 여행을 할 때 겪는 고충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할 때 쓰는 ‘바우처’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중증 장애인은 장애등급·활동가능성·지자체 추가보조 등을 따져 월 47시간에서 최대 720시간까지 활동보조인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바우처를 받는다. 활동보조인이 필요할 때마다 지원되는 시간만큼 바우처를 쪼개 사용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활동보조인과 함께 여행할 경우에는 하루 내내 동행하기 때문에 24시간씩 바우처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활동보조인도 ‘근로자’이기 때문에 일일 8시간을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초과근무도 당사자와 협의 하에 1주일 12시간으로 제한된다. 장애인도 하루 24시간씩을 사용하게 되면 여행을 가지 않는 날의 사용시간을 줄여야 한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활동보조인의 월 평균 근로시간은 지난 5월 기준 ‘121시간’으로 따로 협의를 하지 않고 여행을 위해 24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둘 다에게 무리가 따른다.

활동보조인노조인 돌봄지부 관계자는 “현 바우처 제도로 장애인이 여행을 위해 활동보조인을 사용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시간 단위로 사용하다 보니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마음 놓고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도 “활동보조인 이용에 있어 보건복지부가 여행에 대한 개념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중증 장애인의 여행에 대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정부에 등록된 장애인 45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 장애인고용패널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36%만이 1박 이상의 국내 여행에 참여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일반인의 여행비율의 절반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6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간 전 국민의 73.7%가 지난 1년간 1박 이상의 국내여행(숙박여행, 당일여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제약 요인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비장애인의 경우 ‘시간 및 마음의 여유부족’, ‘경제적 여유’ 순으로 여행을 하지 못한다고 나타났지만, 장애인들은 ‘경제적 여유’, ‘신체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여행을 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인의 이동, 가사, 활동을 지원하는 취지기 때문에 여행 지원도 물리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도 “활동보조인과 장애인은 근로자와 사용자간 계약관계에 있기 때문에 단기간 계약할 사람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고 근로기준법상 24시간 동행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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