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스캐러무치 후임에 ‘극우’ 밀러 부상

‘反이민’ 주도 백악관 정책고문/ 트럼프 정부 주요 연설문 작성/ 브리핑서 취재진과 설전 화제/ 언론 “새 공보국장 후보 떠올라”
미국 백악관 인사들 중에서도 강경 국수주의자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사진) 정책고문이 공보국장 후임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공보국장 자리는 전임자였던 앤서니 스캐러무치가 내부의 권력암투와 추악한 싸움으로 임명된 지 열흘 만에 물러나면서 공석인 상태다.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5일(현지시간) 밀러 고문이 공보국장 후임 후보군의 한 명으로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밀러 고문은 민주당 성향인 유대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학창시절 총기소지 권한에 공감하면서 공화당 성향의 강경 국수주의자로 변했다. 고교 시절 극우 성향으로 왕따 취급을 받았고, 듀크대학 재학 당시에는 교지에 다문화주의와 포용적 이민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자주 기고했다. 대학 졸업 후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1985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 등 현 정부의 주요 연설문을 작성했다. 이민정책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 트럼프 정부 핵심 정책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를 “대통령의 귀를 소유한 사람”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밀러 고문은 지난 2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이민정책 브리핑 자리에서 짐 아코스타 CNN방송 기자에게 언성을 높이는 등 취재진과 설전을 벌였다. 이후 그는 백악관 ‘웨스트 윙’(근무동)의 영웅이 됐다고 액시오스는 소개했다. 언론과의 맞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전투력을 갖춰 공보국장 후보로 부각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밀러 고문에게 신뢰감을 표시해 왔다. 지난 2월 이슬람권 국가 출신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방송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일개 판사가 미국의 법과 헌법에 대한 사견을 대통령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를 통해 “스티븐 밀러, 축하한다. 오늘 아침에 여러 방송에 출연해 나를 대변했다. 아주 잘했다”고 밝히며 흡족해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