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8-09 19:33:53
기사수정 2017-08-09 19:33:53
대형 건설사 10곳 무더기 기소 / 유자격 업체 전부 참여해 모의 / 최저가 낙찰 방식 사상 최대 규모 / 업체 2곳 자진신고로 면제 처분 / 檢 “불구속 수사 이번이 마지막”
7년여 동안 대형 국책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에서 3조5000억원대 입찰을 담합해 일감을 나눠 먹은 대형 건설사 10곳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저가 낙찰제 부문에서 발생한 담합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과거 사건들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한 검찰은 “이 정도 규모 담합사건에서 불구속 수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못박아 앞으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9일 대림산업 한양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경남기업 한화건설 삼부토건 동아건설 SK건설 10곳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20명을 공정거래법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초 13개 건설사가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따른 재편 때문에 공소권 없음 처분을, 두산중공업·포스코건설은 ‘리니언시’(자진 신고자 감면제)로 고발 면제 처분을 각각 받아 3개 법인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한국가스공사가 경기 평택, 인천, 경남 통영, 강원 삼척 4곳에 짓는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해 사전에 응찰가를 모의하는 등의 수법으로 총 3조5500억원대 공사 물량을 나눠먹기식으로 수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일정한 시공 실적을 지닌 업체만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 참여가 가능한 점을 악용해 입찰에 참가할 자격을 새로 취득한 업체들까지 추가로 끌어들여 유자격 업체 전부가 담합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경쟁자가 담합에 참여하는 통에 가스공사가 내건 최저가 낙찰 방식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들 건설사는 2005∼2012년 3차례 합의를 거쳐 총 12건의 입찰에서 담합을 통해 수주할 물량을 배분했다.
1차 합의 시에는 ‘제비뽑기’를 통해 낙찰받을 순번을 정했고 2차 합의 시에도 1차 합의 때와 똑같이 수주 순서를 정했다. 2차 합의에서 물량을 수주하지 못한 업체들은 3차 합의 때 금액이 큰 공사를 받는 식으로 물량을 고르게 배분해 이해관계를 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낙찰 순번이 뒤로 밀린 일부 업체가 ‘들러리만 서다 기존 업체들의 배신으로 실제 낙찰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제기하자, 기존 업체들은 ‘마지막 입찰 시까지 합의를 유지한다’는 취지의 각서까지 써줬다. 담합 이전인 1999∼2004년에는 69∼78% 수준에 불과했던 낙찰률이 2005년부터 담합이 본격화하면서 78∼96%로 최대 27%까지 치솟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번에 담합 가담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 전·현직 임직원들은 대부분 전에도 같은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오히려 회사에 이득을 얻게 한 공로로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하는 등 이익을 누려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다”며 “심지어 임직원이 담합 적발로 벌금형을 선고받자 퇴직 후 회사가 벌금을 보전해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이 정도의 대규모 담합사건은 관련자들을 전원 구속하는 등 불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