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걸릴라”… 바다에 난민 떠밀어 50여명 익사

예멘 해안 밀입국 알선책들 만행… 소말리아·에티오피아 10대들 참변 아프리카를 떠나 중동 등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밀입국을 알선하는 업자들이 단속에 걸릴 것을 우려해 10대 청소년 등을 강제로 바다에 빠뜨려 익사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10일(현지시간) 예멘으로 가던 난민 보트에서 180여명이 난민 브로커에게 등을 떼밀려 예멘 해역에서 물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5구의 시신이 발견됐고 50여명은 실종됐으며 25명이 구조돼 홍해 해변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국적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출신들로 추정되고 있다.

브로커들은 단속 당국의 선박이 보이자 난민들을 바다로 밀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일에도 아프리카 이주민의 주변국 밀입국을 알선하는 업자들의 만행으로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출신 10대 이주민 50여명이 아덴만 해역에서 빠져 숨지고 22명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희생자 평균 나이는 16세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IOM 예멘 지부 대표는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밀입국업자들이 이주민 120여명을 실어나르던 중 예멘 해안에서 단속 당국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을 보자 사람들을 물속으로 밀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밀입국업자들은 같은 루트를 이용해 이주민들을 추가로 예멘으로 데려오기 위해 소말리아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예멘과 소말리아 사이에 위치한 아덴만 해협은 걸프국가로 들어가려는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다. 예멘은 내전, 전염병 창궐, 굶주림 등으로 고통받는 국가이지만 아프리카 난민과 경제적 이주자들에게는 풍요로운 걸프국으로 가는 길목이다. 올 들어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등에서 약 5만5000명이 예멘으로 떠났으며 이 중 3만명 이상이 18세 미만이고 약 3분의 1이 여성이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