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의영화산책] 재능이 빛을 발하는 삶

고학력 청년 일자리와 전공 불일치 비율이 35%대인 독일에 비해 한국은 50%대나 된다는 점이 화두가 되고 있다. 전공과 다른 일을 하는 청년이 절반을 넘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동 시장 수용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교육시스템이 문제라며 청년 실업의 근본적 문제로 꼽기도 한다.

그런데 그 근본 원인은 대학입시에서 자신의 재능과는 무관하게 부모나 교사의 현실적 요구에 의해 전공이 선택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인생은 자신이 살아가는 것인데,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하는지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태반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이다.

영화 ‘댄서’(감독 스티븐 캔터)는 19살에 영국 로열발레단 최연소 수석 무용수에 발탁된 우크라이나 출신 천재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의 다큐멘터리로서 재능이 가장 중요한 예능계의 사례를 잘 보여준다. ‘발레계의 제임스 딘’이라는 별명을 지닌 자답게 온몸에 문신을 한 채, 무용수라면 가장 되고 싶은 자리를 2년 만에 박차고 나온 그의 삶과 강렬한 그의 몸짓이 화면을 채운다. 세르게이의 어머니 갈리나가 촬영한 기록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영국 로열발레학교를 보내게 된 사연이 소개된다. 어릴 적부터 무용에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 그의 가족은 우크라이나보다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재능을 펼치기를 열망한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는 포르투갈에서 일하고 심지어 할머니까지 간병일을 하면서 온 가족이 떨어져 살게 된다. 자신이 성공하면 가족이 모여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세르게이를 남들보다 더 연습하게 만든다.

지상에서 가장 우아한 자세로 새털같이 날아오르는 그의 동작은 관객을 무아지경으로 빠지게 할 만큼 충분히 아름답다. 하지만 멋진 몸짓의 이면에는 그의 상처가 자리 잡고 있다. 로열 발레단의 엄격한 규칙에 대한 불만과 떨어져 살게 되면서 생긴 불화로 인한 부모의 이혼은 최고의 자리에 도달한 그를 방황하게 만든다. 급기야 무용을 그만두고 정원사 등을 전전하면서 살다가 러시아에서 무용수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왜 무용을 다시 하게 됐는가 하는 질문에 그는 간단하게 답한다. “잘하니까.” 단순명료한 그의 말이 가슴을 치듯 들리는 것은 우리 대부분이 잘하는 것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 때문일 것이다. ‘언니가 간다’(감독 김창래)라는 코미디 영화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대사는 “열심히 하면 뭐하니. 잘해야지”라는 말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