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8-14 23:19:39
기사수정 2017-08-14 23:19:39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이 “미국 전술핵을 다시 들여와야 한다”고 했다. “2년 정도 한시적으로 전술핵을 배치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협상용 카드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한 대북 심리전도 전개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전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 중 한 사람이었다. 자주파로 분류된다. 핵이라면 무조건 반대를 외치던 문 대통령의 참모에게서 이런 소리가 나올 정도이니 외교안보 상황이 얼마나 엄혹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북한은 연일 불바다 위협을 쏟아내고 있다. “미 본토는 물론 서울과 1, 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은 적은 없다.
‘8월 위기설’ 징후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 38노스는 북한 신포 일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징후를 포착했다고 전했다. SLBM은 사드로도 막기 힘든 비대칭 핵미사일이다. 어제 방한한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우리 모두는 전쟁 없이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북한의 ICBM 위협을 제거하는 ‘예방타격’을 고민하는 미국 정가의 기류를 반영하는 말이다. 미·중의 북한 문제 논의는 또 결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11일 전화통화에서 자기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명분 쌓기 통화’라고 하기도 한다. 무엇을 위한 명분 쌓기인가. 던퍼드 의장의 발언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일본은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전면화했다. 미·일은 17일 국방·외교장관급 회담에서 ‘일본 내 핵우산’을 재확인한다고 한다. 미 전술핵을 일본열도에 배치해 북한 도발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우리 상황은 더욱 엄혹하다. 북한 핵미사일이 언제 머리 위에 떨어질지 모르는 전쟁 위험 아래 놓여 있다.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외신이 답지하는 마당에 재래식무기로만 대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 생명을 지킬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청와대는 박 전 비서관의 말에 대해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했다. 아직도 ‘반핵’에 매달리는 것인가. 이제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