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8-16 22:48:27
기사수정 2017-08-16 23:34:21
음식은 영양 이상으로 안전 중요 / 대량 유통 위해 화합물 넣거나 / 보관 잘못 했을 때 독성물질 생겨 / 정부·국민 모두 항상 점검·감시를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한 어린이가 ‘용혈성 요독성 증후군(일명 햄버거병)’에 걸린 것을 비롯해 과자 등 음식물로 인한 사건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서이다.
그중 ‘용가리 과자’라고 불리는 과자에 액체 질소를 부어 만든 질소 과자를 먹은 어린이가 위(胃)에 천공(구멍)이 생겨 응급수술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질소 과자를 먹으면 코와 입에서 하얀 김이 나온다 하여 용가리 과자라고 불리면서 여름에 인기상품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한마디로 액체 질소로 냉각시킨 음식물 그 자체는 크게 위험하지 않다. 단지 액체 질소 자체를 섭취하는 경우 매우 위험하다. 물질로서 질소는 공기의 거의 80% 구성 물질로 상온·상압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매우 안정된 물질이다. 그중 압력을 1기압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온도를 내리면 영하 196도에서 액체가 되는데 이를 액체 질소라고 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음식을 차게하기 위해 보통 얼음을 사용하는데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얼음보다 드라이아이스라는 더 차가운 고체물질을 사용한다. 드라이아이스는 우리가 호흡과정에서 내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고체물질이다. 이산화탄소는 1기압 상온에서 기체이고, 온도를 내리면 액체가 되지 않고 영하 78.5도에서 바로 고체가 된다. 이때 얼음보다 훨씬 낮은 온도를 유지하기 원할 때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한다. 드라이아이스는 습기를 피하면서 온도를 낮추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드라이아이스를 상온에 놔두면 주위에 물이 생기는데 이러한 현상은 드라이아이스가 액체로 되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의 수분이 드라이아이스에 응결됐다 다시 녹아 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요구하지 않는 더 낮은 온도, 즉 영하 100도 이하 정도로 낮춰야 하는 경우 액체 질소를 사용한다. 그러나 액체 질소를 특별히 음식물 가공이나 보존에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얼음이나 드라이아이스처럼 액체 질소도 상당히 저렴하다.
이번 질소 과자는 어린이들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고안했던 것 같다. 아주 차가운 음식물을 섭취하게 되면 겨울에 추운 날 입과 코에서 김이 나오는 것과 같이 하얀 김이 나오게 된다. 내쉬는 숨에 포함된 수증기가 차가운 기운에 의해 응결돼 김이 생기는데 온도가 낮을수록 더 하얀색으로 보이게 된다. 이번 질소 과자 사고는 과자를 오랫동안 매우 낮은 온도로 유지시키기 위해 바닥에 남을 정도로 과량의 액체 질소를 부어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추측된다. 과자에 흡수되는 액체 질소는 겉면을 순식간에 얼리면서 거의 기체가 돼 날아가므로 질소 과자만을 섭취하면 매우 차가운 언 과자를 먹는 것이기에 크게 문제가 없다.
드라이아이스나 액체 질소는 화합물로서 독성이 없기에 인체에 해가 없지만 이를 접촉하거나 섭취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드라이아이스를 맨손으로 만지면 화상을 입는다고 하는데 화상이 아니라 너무 낮은 온도에서 순간적으로 생기는 일종의 동상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고체나 액체가 기체가 되면 부피가 급격히 팽창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번 질소 과자 사고는 두 가지 모두 해당된 경우라고 생각되는데 액체 질소가 위로 들어가서 세포를 얼리면서 위벽에 동상이 생겼을 것이고, 액체 질소가 기체로 변하면서 거의 밀폐된 위를 급격히 팽창시키며 위에 구멍을 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영양성분 이상으로 안전성이 중요하다. 인류역사를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된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들어지고 적당하게 섭취하는 음식은 안전하다. 그러나 대량 유통을 위해, 또는 특이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인 화합물이 포함되거나 의도적으로 화합물이 첨가되는 경우, 보관을 잘못하거나 유통하는 과정에서 해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는 경우 먹거리 안전에 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먹거리의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제2의 용가리 과자’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가 안전기준을 항상 점검하고 감시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개인 각자도 자기 먹거리는 자기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전승준 고려대 교수·물리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