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100일 전문가진단] 김민웅 교수 “정치적 소통이 기대만큼 확대되고 있지 않다"

출처=김민웅 교수 페이스북.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16일 세계일보와의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진단 인터뷰에서 “초기에 보였던 정치적 소통이 기대만큼 확대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의 100일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요구하기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취임 직후 탈권위의 모습을 통해 국민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소통이 확대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여러 가지 난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자리는 부족한 것 같다”며 “우리 사회 원로들, 민주주의 운동에서 여러 역할했던 분들과도 소통을 해야하고 당연히 노동자와의 소통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문재인 정부 100일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주겠나

“92점. 잘하고 있다. 그 이전 정부와 현격한 차이라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가장 높이 평가하는 점은 무엇인가

“권력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권력이 군림하고, 권위주의적이거나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국민과 함께한다고 하는, 그리고 권력이 소탈한 서민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희망을 걸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10년간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봐왔던 권력의 모습과는 현격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행보를 통해 한국의 권력구조나 민주주의의 미래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게 됐다.”

-가장 잘못했거나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조치는 무엇인가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통해 평화협정까지 언급을 했는데 너무 쉽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추가를 결정했다. 사드 배치는 원래 대통령 후보 시절 국회의 비준동의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런데 사드 임시 배치를 결정했다. 이 문제는 여당과 중요하게 논의해야 하고, 성주 주민들과도 대화해야 하고, 여러 가지 절차적 지점들이 있는데 상황의 급박성을 내세워서 포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실제로 사드는 그 효율성에 있어 논란이 있고, 동아시아의 정책에서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 따져볼 부분이 적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은 대남이 아닌 대미라고 하는 사실이 분명히 전제돼 있는 상황에서 사드 임시 배치라는 결정으로 대응하는 게 옳았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있다. 야당과의 협치는 어떻게 평가하나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자유한국당은 협치 논의의 자격이 없다. 이 정부는 촛불 시민 혁명이라고 하는 것을 토대로 세워진 정부이고, 과거 정치적 적폐를 청산하라는 요구가 중심에 있다. 그 중심에 있었던 한국당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원론적 측면에서 협치라는 말은 있을 수 있겠지만, 협치가 도리어 적폐적 구조를 존속시키는데 더 기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촛불혁명을 토대로 한 정부가 청산대상과 협치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면 그건 아니다. 그래서 협치의 대상과 협치의 주체 자격을 전면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그런 전제에서 협치가 된다면, 촛불혁명이 요구한 내용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차원에서의 협치가 핵심이다. 야당과 협치를 한다면 전제가 촛불 혁명의 요구와 과제를 어떻게 만들 것에 필요한 협치이지 그걸 가로막는 협치는 있을 수 없다.”

-캐비닛 문건 공개, 국정원 적폐청산 TF 활동 과정에서 전 정부에 대한 보복 수사 논란이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지 않았는데 기대에 못 미친 결정이다. 그렇게 했을 때 야기될 수 있는 논란을 피하고 각 부서에서 하는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제된 것들은 당연히 지적돼야 할 문제이고, 당연히 정리해야할 문제다. 그것을 정치적 보복이라고 한다면 적폐청산을 가로막는 발언과 행위일 수밖에 없다. 해방 이후 반민특위 당시에 좌절했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보복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당연한 절차다. 적폐청산 과정이 우연적으로 나타나는 사건이 되어선 안 되고, 적폐청산위원회가 가동이 돼서 체계적으로 찾아 내야 한다.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가까이는 4∼5년 동안 이 나라가 어떻게 움직여 왔는가를 국민들이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만 정치의 줄기가 바로 잡힐 수 있다.”

-청와대 참모진, 내각 전반 등 문재인정부 인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전반적으로 역대 정권과 비교해봐도 훌륭하다. 적재적소에 인사를 기용했고, 피우진 보훈처장이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역량 있는 사람들을 새롭게 선보였다. 발탁 인사 면모나 참모진 면모 등이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 등 몇 가지 우려되는 건이 있다. 이런 일들이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왜 이런 기조를 유지하고 선택했을까에 대해선 묻지 않을 순 없다. 모든 것이 다 완벽하게 만족할 수 없지만 인사 문제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게 되면 여러 논란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알려진 것과 실제 사실과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일부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국민들은 그런 것을 포함해 문제를 푸는 것을 요구한다. 인사문제를 획일적으로 단정해선 안 되지만 박기영 교수의 경우에 있어서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너무나 자명한, 어떻게 이런 판단을 내렸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도입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난제들을 민주적 토론을 통해서 해법을 찾자고 하는 것이니 당연히 있어야 한다. 오늘날에는 일방적으로 국가권력이 결정하는 것이 될 수도 없고, 사안별로 구체적인 현실로 들어가면 굉장히 복잡한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당사자를 중심으로, 전문가를 중심으로 사고해야 하고 다각도의 논의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개헌 공약 관련해 이번 논의에 포함시켜야할 개헌 범위는

“개헌이라고 하면 권력구조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데 권력구조를 어떻게 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권력구조는 결국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 것이다. 기본권과 관련한 조항들 우리가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해왔던 노력과 철학적 흐름들, 기본권에 대한 논의나 주요 사안들이 아주 강력하게 정리가 돼야한다. 우리 사회가 겪어왔던 기본권의 문제, 교육권에서부터 여성인권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기본권에 대한 구체적 논의들이 있었다. 이것을 헌법정신과 헌법 전문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을 하기 위한 권력구조, 정부의 역할, 지방 자치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가 돼버리면 권력구조에 대해서 분점 전략 등의 각도로 접근할 것이 가능성이 큰 데 그것은 막아야 한다. 국민들이 중심이 돼서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평화통일을 위한 것과도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인식도 담아낼 수 있는 논의가 돼야한다. 이 자체가 우리나라의 정치와 교육 시민사회의 발전, 권력의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다 포괄할 수 있는 과정이 돼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조언

“적어도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국가의 국정 비전과 철학과 같은 것들을 최대한 깊이 논의하고, 그러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때그때의 과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교육, 철학, 정치에 대한 우리 사회적 가치, 경제에 대한 철학과 같은 것 등 논의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런 것들을 논의하는 것이 구체적 현안을 푸는 데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세워졌을 때만이 각 분야에서의 구체적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단지 몇 년 동안의 문재인정부로 끝날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향후 평화와 인권, 통일,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할 수 있는 철학 또는 기준을 만들어 우리 사회 공동의 노력을 체계화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