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미니 IoT 기기들과 ‘찰떡궁합’… ‘답변 척척’ 자연스러운 대화 웨이브

진화하는 ‘AI 스피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인공지능(AI) 스피커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과 네이버가 같은 날인 지난 11일 각각 새로운 음성인식 기반의 AI 스피커 제품을 출시했다.

SK텔레콤이 이날 새롭게 출시한 ‘누구 미니’는 완전 새로운 제품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출시됐던 AI 스피커인 ‘누구’를 작게 만든 휴대용 버전이다. 배터리를 내장해 최대 4시간 전원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며, 라인아웃 단자를 지원해 다른 스피커나 앰프에 연결해 소리를 출력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일부 기능 업그레이드도 이뤄졌다. 누구 미니는 기존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 등에 힘입어 출시 하루 만에 5000대 이상이 판매됐다. 기존 누구 제품의 첫날 판매량보다 5배나 많다.

SK텔레콤이 출시한 새로운 음성인식 기반의 AI 스피커 ‘누구 미니’를 모델들이 소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누구 미니와 함께 네이버의 첫 AI 음성인식 스피커인 ‘웨이브’도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는 음원 서비스인 네이버 뮤직의 1년 스트리밍(실시간 음원 전송) 상품 가입자에게 ‘웨이브’를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날 낮 12시부터 선착순으로 진행된 이벤트에서 ‘웨이브’는 35분 만에 동났다.

두 제품은 같은 날 출시됐고, 한 제품은 통신업체가 또 다른 제품은 포털업체가 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포털사가 AI 스피커를 만들면 뭐가 다를까. 20일 두 스피커의 성능을 직접 비교해 봤다.

웨이브
 ◆자연스러움은 ‘웨이브’, 연계 기능은 ‘누구 미니

“샐리야 오늘 며칠이야?”

“오늘은 8월20일 일요일입니다.”

“내년까지 며칠 남았어?”

“내년 1월1일까지 134일 남았습니다.”

‘샐리야’는 ‘웨이브’에게 말을 건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는 ‘호출어’다. 이름을 불러준 후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자 ‘웨이브’는 막힘 없이 답한다. 특히 ‘웨이브’는 통신사들이 출시한 스피커와 달리 연속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SK텔레콤의 ‘누구 미니’나 KT가 출시한 AI 스피커인 ‘기가 지니’는 질문이나 명령을 할 때마다 앞에 ‘호출어’를 붙여줘야 한다. AI 스피커의 원조 격인 미국 아마존의 ‘에코’ 역시 기본적으론 부를 때마다 호출어를 붙여야 한다. “아리아 오늘 날씨 어때, 아리아 노래 틀어줘, 아리아 알람 맞춰줘, 아리아…” 같은 식이다. 반면 ‘웨이브’는 일단 한번 이름을 불러준 뒤 7초 이내에 다음 질문을 던지면 대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감성적인 대화도 곧잘 한다.

“너 뭐 좋아해?”

“당신을 좋아해요.”

“진짜야?”

“그럼요.”

“사랑해.”

“언제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말이네요. 날씨가 참 좋아요.”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노래 불러볼래?”라고 하자 “혹시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라며 성시경의 ‘좋을 텐데’를 부른다. 기존 AI 스피커보다 좀 더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다.

정보를 자산으로 하는 기업제품답게 ‘웨이브’는 유명 인물·영화 정보·음식 칼로리·국가·로또 당첨번호 등 다양한 정보 검색이 가능하다. 주식 시세도 종목별로 확인할 수 있고. 간단한 한국어 문장이나 단어를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변환할 수 있다. 심지어 영어로 연속적인 대화도 가능하다. 다만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웨이브’가 일방적으로 물어보면 사용자가 답하는 수준이다. 국내 출시된 다른 AI 스피커가 일방적으로 인기 순위의 음악을 재생하는 것과 달리 ‘웨이브’는 개인이 좋아한다고 선택한 음원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취향을 파악한다.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다. 대화가 한층 자연스러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해 못하는 질문이 훨씬 더 많다. 네이버가 제시하는 카테고리 외의 질문엔 취약하다. ‘웨이브’는 아직 네이버의 지적 자산을 십분 활용하진 못하고 있다. ‘샹송’을 틀어 달라고 하면, 욕으로 알아듣거나 ‘찬송’으로 알아듣기도 한다.(수차례 시도 끝에 카를라 브루니의 노래를 틀긴 했다.) 질문을 못 알아들으면 대화를 멈춘다.

검색과 대화를 제외한 기능성은 아직은 ‘누구 미니’가 한 수 위다. 아쉽게도 ‘누구 미니’에는 있는 라디오 기능이 웨이브는 없다. SK텔레콤은 ‘누구 미니’ 출시에 맞춰 스피커에서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 기능도 추가했다. ‘웨이브’에 비해 재생할 수 있는 ‘팟캐스트’도 훨씬 많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피자나 치킨을 주문할 수도 있다. 무드등의 색상을 바꾸거나 밝기를 조절하고, 사물인터넷(IoT) 연계 폭도 넓다.

네이버는 아직 하드웨어 생산능력에서는 초보의 냄새가 난다. ‘웨이브’ 역시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지만 휴대용으로 쓰기에는 너무 크다. 배터리를 빼고 제작단가를 낮추는 편이 더 좋을 뻔했다.

‘웨이브’는 음성으로 TV를 조작할 수 있게 해주지만, 정작 TV에서 나오는 소리와 사용자의 명령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이를 방지하려면 스피커를 최대한 TV에서 멀리 둬야 한다.) 연계 가능한 사물인터넷(IoT)도 현재는 필립스의 스마트 전구(그나마도 제한적으로) 뿐이다.

누구 미니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

‘누구 미니’는 통신사가 만든 제품답게 IoT 기기, IPTV 연동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다른 통신사들도 AI 스피커를 가정용 허브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에 반해 네이버의 ‘웨이브’는 ‘대화’와 사용자의 ‘의도 파악’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느낌이다. 여전히 진정한 AI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웨이브’는 그나마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시된 AI 스피커 중 그래도 사람 말을 가장 잘 알아듣는 스피커다. 네이버는 여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향후 기능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웨이브’ 출시 후 더 똑똑한 AI 스피커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이미 AI 스피커 모양을 공개했으며 조만간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의 AI 스피커는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을 음성으로 이용하는 기능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 금융 등 다양한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시장) 서비스를 하고 있는 카카오는 관련 기능을 AI 스피커에 담을 가능성이 크다.

구글이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스피커인 ‘구글홈’을 국내에 내놓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애플 역시 스마트 스피커를 12월부터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 판매할 계획으로, 내년 국내 시장 출시가 예상된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