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주관한 채용박람회를 통해 채용된 장애인 22명을 무더기로 해고한 대구 소재 D고속관광이 이번에는 장애인 학교를 통해 채용한 학생과 인턴 사원까지 추가 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한 장애인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등 '갑질'을 한 것으로도 밝혀져 관계당국의 조사가 하루속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세계일보는 대구 소재 D고속관광이 장애인채용박람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을 통해 채용한 장애인 22명을 입사 20일 만에 강제 해고했다는 단독보도를 낸 바 있다. <지난 8월18일 "채용박람회서 뽑은 장애인 입사 20일 만에 무더기 해고해놓고 사직서 강요한 '갑질' 기업" 보도 참조>
보도 후 D고속관광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장애인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보도가 나가기 직전인 지난 18일에도 장애인 학교를 통해 채용된 장애인과 인턴 등을 추가 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소재 모 장애인 학교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소개로 지적·발달 중증장애인 학생 3명을 D고속관광에 취업시켰다. 그 중 1명은 도중에 나왔으며 나머지 2명은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18일 일괄 해고를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D고속관광에서 해고된 장애인은 모두 29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D고속관광이 공단을 통해 장애인을 대거 채용한 뒤 회사에는 장애인 직원이 33명 정도가 등록돼 있었다”며 “해고된 29명 외 2명은 장애를 가진 운전기사이고, 1명은 장애를 앓고 있는 회사 대표의 아버지다"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한명은 실제로 일을 나오지 않은 채 직원으로 명의만 올려뒀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D고속관광이 가족 등의 명의까지 빌려 장애인 직원을 늘려간 이유는 ‘장애인표준사업장 등록’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
A씨는 “D고속관광이 장애인을 갑자기 고용한 이유는 장애인표준사업장 등록을 위한 것"이라며 "지난해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장애인표준사업장 등록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려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도 “D고속관광이 장애인표준사업장 등록을 위해 장애인을 상당수 채용했다”고 인정했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규칙 3조에 따라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사업장을 가리킨다. 표준사업장으로 지정되려면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 중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면 1명당 장애인 2명으로 인정된다.
표준사업장에 지정되면 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은 상당하다.
먼저 공단으로부터 10억원 한도로 무상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무상지원금은 장애인 작업시설과 부대시설, 편의시설, 승합 자동차 구입비용 등에 쓰게 돼 있다. 이외에도 장애인 직원 1명당 경·중증에 따라 15만~60만원씩 고용 장려금이 나오고, 고용시설에 필요한 자금까지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다. 또 제도적으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 표준사업장 및 장애인 기업의 제품을 일정비율 이상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해당 입찰에서도 장애인표준사업장은 매우 유리하다.
한 장애인 시설 관계자는 “상당수 사업장에서 중증장애인을 고용해 장애인 고용 부담의 2배수 카운트를 올리고, 해당 중증장애인에게는 최저 시급을 지급하고 적은 시간 일하도록 하면서도 고용지원금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으로 중증장애인에게 일을 시키는 셈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실제로 D고속관광이 채용박람회와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채용한 장애인 22명 중 19명은 중증장애인이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한 D고속관광의 채용공고에는 ‘전국전세버스 우수업체’, ‘장애인표준사업장’이란 문구가 이미 쓰여 있었다. 더구나 이 공고에 나타난 급여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채용 후 장애인들에게 사실상 강요한 수습기간 또한 명시돼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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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애인이 D고속관광 채용 당시 받은 안내 공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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