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8-23 19:13:58
기사수정 2017-08-23 23:15:14
거구 체격조건 비슷하고 먹이도 겹쳐/자극받기 전에 공격 않는 습성 강해/싸우기보다 영역 존중 ‘평화협정’ 관계
호랑이, 늑대 같은 맹수가 사라진 숲에서 멧돼지는 최상위 포식자의 반열에 올랐다. 도심까지 출몰해 난동을 부린 탓에 과격함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멧돼지가 반달가슴곰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우선 ‘체격조건’부터 보면 멧돼지는 몸길이 2m 미만, 몸무게는 100∼300㎏ 정도이고 반달곰은 몸길이 1.6m 안팎, 몸무게는 200㎏ 이하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잡식성인 멧돼지는 반달곰이 좋아하는 도토리 등의 나무열매도 잘 먹기 때문에 먹이도 겹친다. 비슷한 체격, 먹이와 생활권이 겹친다는 점으로 미뤄 둘 사이에 혈투가 벌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싸워서 남의 영역을 빼앗는 대신 서로의 영역에 들어오지 않는 ‘평화협정’ 관계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관계자가 일화를 전했다.
“지리산에는 밤나무 재배단지가 많은데 그쪽에 반달곰이 자꾸 나타나는 거예요. 그런데도 농장 주인이 신고를 하지 않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반달곰이 내려오니까 멧돼지가 안 와서 좋다’는 거예요. 단체생활을 하는 멧돼지가 떼로 몰려와 밤나무를 헤집는 것보다는 반달곰 한마리가 낫다는 거죠.”
멧돼지와 반달곰의 평화협정은 둘 다 의외로 겁이 많기에 가능한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멧돼지와 반달곰은 자극받기 전에 먼저 공격하는 일은 드물다”며 “따라서 사람도 산에서 이런 동물을 만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등을 보인 채 도망가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