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이쑤시개·카드… 예술이 되다

美작가 타라 도노번 국내 첫 개인전 / 일상의 단순한 소재들로 작품 구성 “재료가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늘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끌림에 끌려갈 뿐이다.”


대량생산되는 일상의 단순한 소재들을 축적해 작품을 만드는 미국작가 타라 도노번(48·사진)의 한국전이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6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열린다. 단추, 압정, 이쑤시개, 카드 등 일상 속 소재들이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종의 제너레이티브 아트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생성예술, 발생예술이라고 한다. 특정 방법을 반복해 사용해서 얻는 결과물이다. 컴퓨터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반복적 수작업으로 행해진다.

“화판 위에 핀을 꽂거나 카드를 세로로 겹겹이 쌓는 과정 자체가 스케치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자연스레 공장 같은 작업실에 조수들을 두고 작업을 한다. 기본적으로 그의 아이디어에 따라 조수들은 움직이게 된다. 밀워키 미술관 브레이디 로버츠는 그의 작업실을 ‘아름다운 공장’으로 표현했다. 2차대전 이후 공장예술은 하나의 혁신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앤디 워홀, 도널드 저드가 팩도리 개념의 작업실을 운영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 팝,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가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었다. 21세기 공장생산 작품들은 포스트 미니멀리즘과 후기 개념미술시대인 요즘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현대미술시장에서 예술작품이 대량 공급되는 위험이 따른다. 수작업으로 적정량의 작업을 고수하는 그의 노력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다.


수천 개의 플라스틱 단추를 쌓아올려 만든 조각작품 ‘블러프스’.
“손은 분주해도 정신이 맑아지는 혜택을 누리는 것이 나의 기쁨이다.”

그는 3일에서부터 몇 달, 혹은 수년에 걸쳐 노동집약적인 조립과정을 기꺼이 감수한다. 투명한 재료, 흰색 등에 집착하는 것은 빛에 대한 천착이다. 결국 빛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색에 대한 오마주라 할 수 있다.

“종이카드 작업은 흰색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흰색의 층위가 선을 만들고 미니멀한 형상을 만들어간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흰색의 스펙트럼이 작품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런 카드작업은 지난 1월 페이스갤러리 뉴욕에서 4만달러(4480만원)∼20만달러(2억2400만원)에 모두 팔렸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타라 도노번은 워싱턴 코르코란 예술디자인대학과 버지니아 코먼웰스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2000년 뉴욕 휘트니비엔날레에 참여하고, 맥아더재단 천재상(2008), 칼더상(2005) 등을 수상했다. 그간 메트로폴리탄미술관(2007), 샌디에이고현대미술관(2004,2009), 보스턴현대미술관(2008)에서 전시를 가졌다. 2013년엔 유럽 코펜하겐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독일 아르프미술관 순회전을 열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