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대규모 집회 연 자유한국당, 보이콧 철회

자유한국당 의원과 전국 당원들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앞에서 열린 '5천만 핵 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광장에서 문재인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마친 뒤 열린 비상최고위원회에서는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대부분이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대여 투쟁 결의를 다졌다. 한국당은 원내는 물론이고 원외 당협위원장을 통해 집회 참석인원을 동원했다. 한국당은 10만명 정도가 집회에 참석했다고 추산했고, 경찰은 정확한 참석인원을 추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민보고대회는 문재인정부 성토가 주를 이뤘다. 홍 대표와 정 원내대표 등 연단에 오른 인사들은 일제히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홍 대표는 연설 도중 더불어민주당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공영방송 관련 내부 문건을 흔들며 “언론장악 문건은 언론자유를 침해한 중대범죄다. 만약 박근혜가 이랬다면 (과거 야당은) 당장 탄핵한다고 대들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 발언을 듣고 “문재인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전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문을 낸 것과 관련, “무려 426일을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국론분열을 일으키면서 사드배치를 반대해온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금 대북제재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도록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되는데 혹시 청와대에서 낮잠을 주무시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9일 여의도 자유한국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한국당은 이날 국민보고대회를 마친 뒤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최고위원회를 열어 11일부터 사실상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기로 했다. 강효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최고위에서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다만 보이콧 철회 여부 및 국회 복귀 시기는 11일 아침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애초 문재인정부가 ‘언론장악 기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나 입장을 밝히지 않는 한 장외투쟁을 이어나간다는 강경 기조였지만 민주당의 ‘언론장악 문건’에 대한 국정 조사 등을 명분으로 보이콧 철회를 결정했다. 한국동이 11일 의총에서 국회 보이콧 철회를 최종 확정하면 국회는 1주일여 만에 정상화된다.

일각에서는 안보 위기 상황에서 보이콧이 장기화할 경우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보이콧 철회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장외투쟁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투쟁력도 확보한 만큼 앞으로는 원내 투쟁을 병행해 대여투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한국당 지도부의 판이다. 하지만 대외적 명분과는 별개로 정부 여당이 미동도 없는 상황에서 무기한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데 대해 당내에서도 회의감이 일었다. 홍 대표의 강경 모드에도 불구하고 의원 일부는 물론 지도부에서도 최근 보이콧 복귀의 명분을 찾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언론장악 문건’이 나왔고 한국당은 이를 기회삼아 보이콧을 철회한 것이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빈손 회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비상최고위에서 ‘조기 복귀’ 비판을 우려해 당분간 보이콧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한국당이 추진하려는 국정조사 역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민주당의 반대할 것이 뻔하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 다른 야당의 협조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정조사는 국회 복귀를 위한 형식적 명분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