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9-10 20:44:38
기사수정 2017-09-10 20:51:28
고금리 전환 권유 원천적 봉쇄/광고 총량제 추가… 문구도 제한/하반기 광고 30% 감축 행정지도
A저축은행에서 연 12%대 금리로 2500만원 신용대출을 이용 중인 자영업자 김모씨. 2000만원 추가대출을 알아보던 중 B저축은행 대출모집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10% 초반대로는 추가 대출이 어렵다. 18%로 5000만원을 빌리면 6개월 뒤 12%로 낮춰주겠다.” 결국 김씨는 B저축은행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아 A저축은행 대출 2500만원을 갚고, 필요자금 2000만원에 500만원을 더 빌려 쓰게 됐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도 약속했던 저금리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고 김씨는 18%의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고 있다.
대출모집인은 짭짤한 수수료를 챙겼을 것이다. 대출모집 수수료율은 신용대출이 1∼5%, 담보대출이 0.2∼2.4%다. 금융사가 작년 대출모집인에게 지급한 수수료 총액은 5410억원이다. 이만큼이 김씨와 같은 저신용자들에게 고금리 부담으로 전가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이런 식의 대출모집 행태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빚 권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출모집인 모범규준을 개정한다고 10일 밝혔다. 김씨 사례처럼 돈을 더 빌릴 수 있다며 고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하는 ‘불건전 영업행위’는 금지된다. 대출모집인이 권유하는 대환 대출은 고금리를 저금리로 갈아타는 것만 허용된다.
대출모집법인의 1사 전속 의무도 강화한다. 대출모집법인 주주·경영진이 다른 대출모집법인을 세우거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법인 또는 개인으로 활동하는 대출모집인은 작년 말 기준 1만2000여명이다. 또 명함, 상품안내장, 인터넷 등 광고에는 대출모집인 이름과 상호를 계약 금융회사보다 크게 표시해야 한다. 대출모집인이 금융회사 정식 직원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대출모집인 모범규준을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에 반영해 대출모집인의 불공정 대출이나 부당권유 등에 3000만∼1억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이명순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과도한 대출을 권하는 영업 관행을 없애고, 준법·윤리의식을 갖춘 모집인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대부업체 등의 대출광고 규제도 강화한다. 우선 하반기 대부업체 방송광고를 상반기 대비 30% 자율 감축하도록 행정지도하기로 했다. 대출광고 총량관리제도 추진한다. 업체별 연간 광고 송출 횟수와 광고비를 제한하고, 광고가 허용되는 오후 10시 이후에도 광고를 연속·집중적으로 내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또 ‘누구나 쉽게 빌릴 수 있다’는 식의 문구를 제한한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