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근절 약속해놓고”… 오너리스크 커지는 금융권

차기 금감원장 내정된 최흥식씨/ 하나금융 출신… “적폐청산 의문”/ 김지완 BNK 회장 文 캠프 활동/ 경남·부산銀 노조 총파업 예고/ 이동걸 KDB산은회장 지명엔
“전 정부 낙하산 가니 새 낙하산…”
금융기관 수장 인선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각 금융기관 산하 노조 및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의 힘이 세진 결과란 평가와 함께 현 정부가 약속과 달리 낙하산 인사를 앉히며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이날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전원 합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BNK금융 내 부산·경남은행 노동조합과 지역 시민단체들은 그를 낙하산 인사로 지목해 지속적으로 반대했다는 점이다. 김 내정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자 2012년 문재인 후보 경제정책 자문단에서 활동했다. 과거 BNK금융과 인연이 없을 뿐 아니라 BNK금융은 은행업이 주력이지만 김 내정자 경력이 주로 증권 쪽이란 점도 낙하산 논란을 키웠다. 당장 노조는 김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7일 청와대는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했다. 2003년 참여정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최 원장은 2012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했다. 전날 금감원 노조는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7일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가 KDB산업은행 회장에 내정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노무현 당선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과 올해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이 내정자와 관련해 산업은행 노조는 “전 정권의 낙하산 이동걸 회장이 가고 현 정권의 낙하산 이동걸 교수가 오는 격”이라며 “청와대 스스로 전 보수정권의 낙하산 놀이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윤종규 현 회장 겸 행장의 연임과 관련해 노사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윤 회장이 회장직에 연임하고 행장은 외부에서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h수협은행도 ‘내부 인사’를 바라는 수협중앙회와 ‘관료 출신’을 앉히려는 정부 간 갈등으로 지난 4월부터 행장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기관 수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요인으로 문재인정부 출범 후 노조의 힘이 세졌다는 분석과 함께 정부가 갈등을 자초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금융노조와 ‘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금융노조 정책협약서’를 체결하고 금융권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노조는 이를 토대로 “낙하산 인사 근절”을 과거보다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금융권은 “정부가 여전히 청와대와 정책 이해도가 잘 맞는 사람을 앉히고 있다”고 말한다. 금융노조에는 KB국민은행을 포함해 현재 낙하산 인사 논란이 진행 중인 산업은행, 부산·경남은행, 수협중앙회 등 34개 금융기관 지부가 속해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자 노조가 인사권에 목소리를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노동자 추천 이사제’를 포함했다. 이에 0.42% 지분을 가진 KB금융 우리사주조합과 5.45% 지분을 가진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이 노조 몫 사외이사를 추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노조가 참여연대 출신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에 앉히려고 한다”며 “이 과정에서 경영권 참여의 명분을 얻기 위해 회장 인선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