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병역거부' 무죄 선고…김명수 청문회 최대 쟁점

12일부터 이틀간… 관전포인트는 / 金후보자도 ‘대체복무제 도입’ 입장 / 향후 하급심 판사에 영향 더 미칠 듯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안보 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법원 하급심 판사들이 ‘병역거부는 범죄’라는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종교나 신념을 앞세운 병역 거부자들에게 잇따라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12∼13일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가 주요 쟁점의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이재욱 판사는 최근 군입대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신모(23)씨와 이모(23)씨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종교나 신념을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이 시급함을 지적하며 “그동안 충분히 대체복무제를 도입·시행할 수 있었음에도 국가의 태만으로 입법에 이르지 못해 위헌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 6월15일 같은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종교적 병역거부는 현행법상 처벌의 예외가 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종교적 병역거부자 처벌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하급심 판사들이 섣불리 위헌으로 단정해 무죄 선고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8월까지 종교나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에게 내려진 1·2심 무죄 판결만 모두 26건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최근 국회에 낸 답변서에서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엄격한 심사와 조건아래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징병제를 실시하는 우리의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양심의 자유와 같은 인간의 본질에 속하는 영역과 관련된 자유는 그 폭을 넓게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 6년간 사법부를 이끌 가능성이 큰 김 후보자의 이 같은 입장은 하급심 판사들의 무죄 선고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인사청문회(12∼13일)를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법발전재단 사무실에 마련된 청문회준비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김 후보자 청문회에선 종교적 병역거부 문제 외에 ‘사법부 코드화’ 논란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그는 과거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았으며 이 연구회가 해체된 뒤로는 비슷한 성향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도 지냈다. 보수야당에선 문재인정부가 그를 대법원장에 앉혀 사법부 전체의 ‘좌클릭’을 유도하려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김형연 현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야권이 문제 삼는 코드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