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9-11 19:57:47
기사수정 2017-09-11 22:07:31
“대왕 짜장면 10분 내로 드시면 공짜” / 젊은층 ‘도전 먹방’ 열기 / 유튜버·BJ 방송 영상에 입소문 / 일반인들도 음식점 찾아가 즐겨 / “실패해도 음식값만… 재미는 덤” / 주인도 “저절로 홍보효과” 만족 / 예비창업가들도 메뉴 개발 고심
“걱정마, 이 형님이 성공해줄게!”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중국음식점. 직장인 전모(30)씨는 족히 4∼5인분은 돼 보이는 ‘거대한’ 양의 짜장면을 앞에 두고 호기롭게 말했다. 제한시간 12분을 재기 위한 스톱워치까지 테이블에 놓였다. 평소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식가인 전씨가 ‘괴물짜장’을 먹는 이벤트에 도전한 것. 성공하면 음식값이 공짜다. 유튜브로 ‘먹방’을 보며 “별것 아니다”고 자신하던 전씨였지만 막상 짜장면을 앞에 두자 눈동자가 흔들렸다.
“시작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드시면 안 됩니다.”
직원의 말과 함께 ‘흡입’이 시작됐다. 들이붓듯 먹어치우던 것도 잠시, 5분 남짓 지나자 젓가락질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릇 속 짜장면은 여전히 수북했고 전씨의 입에선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결국 실패를 알리는 스톱워치가 울리자 일행들 사이에서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전씨는 “실패하더라도 원래 가격만 내면 돼 부담이 없다”며 “친구들과 재밌는 기억을 남긴 것 같다”며 웃었다.
‘다먹공(다 먹으면 공짜) 메뉴’를 내놓은 가게들에서 볼 수 있는 왁자지껄한 풍경이다. 일반 메뉴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제한시간 내에 먹어치워야 하는 요란한 이벤트라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먹방 유튜버나 BJ(개인방송 진행자)들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가게 주인들 또한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다먹공 메뉴를 통한 유명 유튜버들의 ‘도전 먹방’ 콘텐츠가 늘고 있다.
지난 4월 한 유명 BJ의 ‘괴물짜장’ 먹방 영상은 400만건가량 조회됐고 50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지난달 유튜브 ‘영국남자’ 채널에 올라온 ‘대왕 돈까스’ 먹방 역시 200만건 이상 조회됐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본라면, 냉면, 팥빙수, 물회, 떡볶이, 파스타, 카레, 스테이크, 찌개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다먹공 메뉴가 늘어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공짜 음식 지도’가 만들어져 공유되기도 한다.
대학생 김인우(25)씨는 11일 “도전 먹방을 보고 재밌어 보여 실제로 친구들과 먹방에 등장한 음식점들을 찾아가 도전해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BJ는 “방송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도전하는 먹방의 경우 시청자들 반응도 좋고 준비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아 자주 시도한다”고 전했다.
가게 주인들 역시 즐기는 분위기다. 성공률이 높지 않은 데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가게 홍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대학로에서 베트남 쌀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재혁(52)씨는 “20분 안에 먹으면 돈을 받지 않는 ‘대왕점보 쌀국수’를 내놓았는데 반응이 뜨겁다. 유튜버들이 올리는 영상들이 대부분 조회수가 높아 홍보효과도 작지 않다”고 웃었다.
창업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창업 때부터 전략적으로 다먹공 메뉴를 고려하기도 한다”며 “이런 메뉴를 하나 둠으로써 고객들이 직접 영상을 찍고 SNS에 홍보글을 올리면 ‘남는 장사’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김태희 경희대 교수(외식경영학)는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메뉴들은 과거 의도적으로 가게 앞에 줄을 세우거나 시간대를 정해 무한리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마케팅 전략과 비슷한 차원”이라며 “SNS와 유튜브 이용이 늘어나면서 젊은층에게 특정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는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