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는 전술핵 재배치 논의… 균형일까 빅딜일까

‘힘과 공포의 균형’ 최후의 카드… 일각 “美, 中과 빅딜 염두” / 국내 이어 美서도 논의 확산 / 우리 軍, 재래식 전력은 북한과 대등 / 핵·ICBM 등 비대칭 전력 한참 밀려 / 美, 유사시 핵우산 제공할지도 의문 / 전술핵, 핵버튼 사용 막는 견제 역할 / 중국, 對中 포위망 우려 반발 가능성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국내를 넘어 미국에서도 탄력을 받는 양상이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완성단계에 접어들면서 한국에도 핵을 배치해 힘과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보좌진 보고 듣는 宋 국방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국내를 넘어 미국에서도 탄력을 받는 양상인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방한한 세드키 솝히 이집트 국방부 장관의 방문을 기다리면서 보좌진의 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전술핵 배치로 남북 간 힘의 균형은 회복될 수 있을까. 핵은 기본적으로 억제력이다. 과거 미·소 냉전구도에서 공포의 교환을 통해 억제력이 발휘됐다. 1962년 쿠바 미사일위기 때도 핵을 사용하면 공멸한다는 인식이 미·소 간 무력충돌을 방지했다. 이른바 상호확증파괴(相互確證破壞·mutual assured destruction)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상호확증파괴란 적이 핵 공격을 가할 경우 적 미사일 등이 도달하기 전이나 도달한 뒤 가용한 보복력으로 상대편도 전멸시키는 보복 핵 전략이다. 이는 핵무기 사용 버튼을 누르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장치 역할을 했다. 이런 기조는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원폭을 투하한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상호확증파괴는 전술핵 재배치로 공포의 균형을 다시 이룰 수 있다는 논리적 근거가 되고 있다. 현재 국군은 재래식 전력에서는 북한과 대등하지만 핵·탄도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에서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다. 전술핵 재배치는 이런 힘의 불균형을 만회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군의 3축(軸) 체계 완성이 2020년대 초반에 가서야 완성된다는 점도 전술핵 배치론에 힘을 보탠다. 3축 체계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킬체인(Kill Chain)·대량응징보복체계(KMPR)를 말한다.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B61-12 스마트 전술 소형 핵폭탄.
자료사진

사실 킬체인과 KAMD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억제보다는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그나마 억제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는 것이 KMPR이다. KMPR는 북한의 공격에 대한 응징보복의 작전 개념이다. 북한 수뇌부 제거임무까지 포함돼 있으나 이 또한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군 관계자는 11일 “국군의 KMPR가 북한 핵·미사일에 맞서는 억제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유사시 미국이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것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를 부추기고 있다. 북한은 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미국 본토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주일미군과 괌 등의 미군 기지를, 지대함(地對艦)미사일 개발로 유사시 한반도에 접근하는 미국 항모강습단을 타격하려 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에 걸림돌이 되는 외부 변수는 역시 중·러의 반발이다. 전술핵 배치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마찬가지로 대북 억제력을 갖는 동시에 한·미·일의 대(對)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일본의 핵무장을 가져오고 한·미·일 3각 군사동맹 결성을 통해 중국에 대항하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중국이 (미국과의) 물밑협상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미국 내 전술핵 재배치론이 중국과의 빅딜을 위한 미국의 포석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 협상 전략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