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9-11 22:13:28
기사수정 2017-09-12 13:14:27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남성 당원에 의한 여성 당원 성추행 의혹 사건을 시당 위원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4개월째 쉬쉬하고 있는 사실이 10일 뒤늦게 드러났다.
수사기관에 고발도 하지 않았다.
피해자인 여성 당원 A씨에 따르면 민주당 부산시당은 지난 5월 13일 공식적인 한 모임의 오찬장에서 성추행 의혹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지금까지 4개월 동안 쉬쉬하며 가해자에 대해 ‘제명’ 처리하지 않은 채 사실 여부가 확인도 안 되는 ‘3개월 당원권 자격정지’라는 미봉책으로 덮으려 하고 있다.
시당이 공식적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조사하고 가해자인 당원 B씨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내려지지 않자 화가난 A씨는 지난 6월 13일 이모임의 6월 월례회의 석상에서 발언권을 얻어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A씨는 “당시 누구를 지칭하지 않은 채 ‘모 남성 회원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성추행, 성희롱을 당했다. 동료 당원 여성에게 이런 짓을 해서 되겠나.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던 지 해야겠다’ ”고 말했다.
그는 당시 “내가 이 자리에 있는 모 회원으로부터 당한 뒤 극도의 수치심과 분하고 억울한 마음 때문에 벌벌 떨려서 한 달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격렬하게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최근 세계일보와의 1시간에 걸친 대면 인터뷰에서 “당시 내가 누구라고 지칭하지 않은 채 말했는데도 B씨가 갑자기 얼굴이 벌개지더니 ‘내가 언제 그랬나. 나는 그런 적 없다…’며 오히려 자기가 자기 한 일을 (스스로) 밝힌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A씨와 B씨 간에 말싸움이 격화하자 월례회를 주재하던 이 모임의 상임대표가 나서 “A회원님 진정하세요. 그리 느끼셨다면 제가 대신 사과하겠다…”고 말해 가까스로 양측을 진정시킨 뒤 회의를 종료했다.
A씨는 이어 지난 5월 12일 월례회 직후 오찬장인 부산 동구 초량3동 부산시당 인근 한정식집에서 B씨에게 당한 성추행건에 대해 소상히 털어놓았다.
A씨는 “당시 한정식당에 몸이 불편한 내가 늦게 도착해 보니 2층에는 이미 자리가 꽉차 2층에서 좁은 실내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가는 데 내 엉덩이 밑 사타구니 사이로 손을 넣어서 이리저리 주무르고, 왔다갔다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그 계단이 아주 좁았다. 내가 지난 봄에 다친 허리가 아파 계단 옆 난간을 두 손으로 붙잡고 올라가는 중에 내 왼발이 한 계단 위에 올려졌는 데, 그 때 손이 들어왔다. 내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놈이더라. B 였다. 앞에 한 명이 올라갔고, 내가 맨 뒤에 올라갔다. B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 왼쪽에서 손을 밑으로 넣어서 … …”라며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사건 당시 순간을 매우 소상하게 설명했다.
당시 왜 이러느냐고 고함을 치는 등 대응하지 못한 이유를 묻자 “그 때 내가 몸이 불편해 한 계단, 한 계단 겨우 올라갔다. 손으로 난간을 잡고 올라가는데 그 기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당했다 싶으니까 벌 벌 벌 떨리더라. (그 때는)부끄럽고 창피해서 고함칠 용기가 안났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이에 앞서 대선을 20여일 앞둔 지난 4월 중순(12일 전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인근 낙지전골식당에서 같은 B씨에게 당한 성희롱건에 대해서도 제보했다.
A 씨는 “그날 낙지전골식당에 6명이 자리를 같이 했었다”며 “음식이 나오기 전 B가 ‘모 정치인 용서 문제’를 꺼내 길래 내가 반기를 들며 B와 논쟁을 벌인 직후 B가 굳은 표정으로 상체를 내 앞으로 쑥 구부리며 오른손의 한 손가락을 쭉 뻗어 내 젖가슴에 닿았다. 내가 깜짝놀라 손으로 가슴을 감싸며 움츠렸다”고 진술했다.
A씨는 “당시 이게 성희롱이구나…”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참았다고 언급했다.
부산시당 당원간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이모임의 총무P씨는 “가해자로 지목된 B씨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만, A씨가 느꼈다고 하니까 어쩔 수가 없었다.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물어 B씨에 대해 최근 3개월 당원권 정지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B씨는 이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성추행을 한 사실이 없다"며 "정확한 내용을 듣고 오해를 풀려고 A 씨에게 전화를 했지만 ‘만날 필요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부인했다.
이 사건과 관련, 지난 6월 월례회 때 A씨의 폭로내용을 처음 접한 K씨는 미온적인 시당 처리방침에 불만을 품고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에 해당 사실을 고발하는 진정서를 접수했다.
K씨는 “지난 6월 13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피해내용을 스스로 밝히는 A씨의 충격적인 발언을 듣고 가슴이 먹먹했다”며 “총무가 말한 3개월 당원권 자격정지 처분도 사실인 지 믿을 수가 없고, 사건 직후 집권여당의 부산시당 간부 당직자들이 알고도 4개월째 가해자 제명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공당의 업무처리 태도로서는 있을 수 없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K씨는 이어 “시당 위원장에게 보고조차 하지않은 채 책임회피, 파문 축소에만 급급한 부산시당의 태도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인권을 중시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의 방침에도 반하는 행위다”며 “중앙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이 꾸려져 사건은폐에 연루된 부산시당의 모든 당직자들에 대해 엄한 책임을 묻는 게 우리 당이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