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9-16 11:05:26
기사수정 2017-09-16 11:05:26
시야 좋고 치어리더와 호흡 응원석 / 예매 시작 30분 전부터 만반의 준비 / 인터넷카페 등서 명당·노하우 공유 / 바비큐·라운지석 등 특별석도 인기 / 글램핑존서 온 가족 캠핑하며 관람 / ‘광팬’은 포수 뒤 프리미엄석서 즐겨
열혈 야구팬 김모(35)씨는 야구장을 찾기 전에 항상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예매전쟁’에 나선다. 일단 목표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 김씨가 예매하려는 자리는 야구경기가 열리는 잠실야구장의 네이비석 307블록. 응원단 좌석에서 한층 위 구역이라 야구장 전체를 조망하면서 동시에 응원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명당 자리다. 워낙 선호도가 높은 자리라 티켓을 구하려면 더욱 치열한 전투를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치밀한 준비가 필수다. 예매 오픈 30분 전 미리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점검해야 한다. 구단 홈페이지를 찾아 지정된 예매처에 미리 접속해 놓는 것은 기본이다. 카드결제를 위해 필요한 부가프로그램도 미리 깔아놓아야 한다. 여기에 예매처 홈페이지의 시각도 체크할 필요도 있다. 가끔 휴대전화 시계와 예매처 서버 시계가 시각이 어긋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만 믿었다가는 1~2분 차이로 원하는 자리를 놓칠 수도 있다. 숨죽이며 기다리다 정해진 시간이 되는 순간, 헛손질하지 않고 마우스로 정교하게 ‘광클릭’을 해 원하는 티켓을 구하면 ‘예매전쟁’의 승리자가 된다.
◆명당과 특별석을 잡아라
프로야구는 올 시즌도 2년 연속 관중 8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을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높아 매 경기 이런 예매전쟁이 펼쳐진다. 가능한 한 좋은 자리에서 내 팀을 응원하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야구팬들의 심정. 그러다 보니 시야도 좋고 응원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명당 자리는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시야가 좋고 응원단장, 치어리더들과 호흡할 수 있는 자리가 명당 자리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야구장 명당 위치와 예매전쟁 승리 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최근 구단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특별석’ 티켓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특별석은 친구나 가족과 먹고 마시고, 연인과 함께 오붓한 데이트를 하는 즐거움을 가미했다. 대표적인 곳이 SK 와이번스의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바비큐존’이다.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준비돼 있고 바비큐에 필요한 장비는 구장에서 대여해준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삼겹살을 즐기다 중요한 순간이 되면 언제라도 일어나 함께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구조다. 야구를 제대로 관람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외야 쪽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인기는 상상 이상이다. 주말이나 빅게임의 경우에는 역시 ‘광클릭’이 필수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선 연인과 특별한 좌석에서 오붓한 데이트를 즐길 수도 있다. 한화 이글스는 올해부터 야구장에 ‘라운지석’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극장에서 일반화된 프리미엄석을 야구장에 적용한 것으로 카페를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소파에서 연인과 나란히 앉아 야구를 즐길 수 있다. 이글스파크 외야에서는 내 집 발코니에 앉아 야구를 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실제 가정집을 본떠 ‘홈클라우드존’을 만들었는데 인테리어 전문 기업과 손잡고 꾸민 안락한 거실과 발코니에서 창문을 열고 야구를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심지어 야구장 외야에 ‘글램핑존’도 있어 캠핑도 가능하다. 사직구장의 ‘로케트배터리존’에는 텐트와 간이의자가 설치돼 캠핑 느낌을 즐기며 야구를 볼 수 있다. 아이들이 텐트에서 노는 동안 안심하고 야구를 관람할 수 있어 가족 단위 관중에게 특히 인기다. 야구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싶은 젊은 층도 선호하는 좌석이다. 편안한 매트리스에 누워 경기 관람도 가능하다. NC다이노스의 홈구장인 마산종합운동장 야구장 1루 관중석에 설치된 다이노스매트리스석에서는 외야에 깔린 매트리스에 누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NC는 다이노스버스시트석도 운영 중이다. 일반 좌석 대신 선수들이 타고 이동하는 버스의 시트가 설치돼 잠시나마 선수가 되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수원 kt위즈파크에 설치된 ‘5G존’에서는 이동통신 기업인 모기업의 장기를 살려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활용한 체험이 가능하다. 관람객은 전망대 형태의 관람구역에서 홈플레이트 뒤편, 응원단상 등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가상현실(VR) 카메라를 통해 360도 VR로 경기를 볼 수 있다.
◆편안한 좌석에서 오직 야구만 즐기는 프리미엄석
물론, 특별석 중에는 예매전쟁에서 한발짝 비켜선 곳도 있다. 조금 비싸지만 최상의 환경에서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프리미엄석이다. 주로 야구장 내에서 가장 시야가 좋고 선수들의 모습을 가깝게 볼 수 있는 홈플레이트 뒤편에 프리미엄석이 설치돼 있다. 과거에는 구단 VIP나 언론 등에만 허용됐던 곳이지만 이제는 팬들의 공간이 된 장소다.
이중 넥센의 홈구장이자 2015년 개장한 국내 최초 돔구장인 고척돔의 ‘로얄 다이아몬드 클럽’은 바로 포수 뒤쪽 그물망 뒤에 자리 잡고 있다. 투수가 던진 공을 마치 포수가 된 듯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장소다. 일반 관람석과는 다른 널찍한 좌석 간격에 푹신한 의자까지 설치돼 집중하고 야구만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2000년대 이후 건설된 신축야구장이 여럿 생기면서 과거 메이저리그 경기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카이박스도 일반화됐다. 독립된 공간에서 친구, 가족, 직장 동료들과 함께 파티를 즐길 수도 있고 야구장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설치돼 집중해서 야구를 보기에도 좋다. 이중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의 스카이테라스석은 모기업의 특성을 살려 일반 좌석 대신 자동차 차량시트를 설치했다. 자동차에 탄 듯한 독특한 느낌을 받으며 야구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처럼 야구장이 단순한 스포츠 경기장을 넘어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야구팬이 아닌 이들도 야구장을 찾는다. 이들은 세 시간 동안 맘껏 환호하는 독특한 경험을 통해 열성 야구팬이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관람객수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 구단들은 앞다퉈 독특한 관람석 도입 경쟁에 나서고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