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9-19 11:04:40
기사수정 2017-09-19 11: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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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제 묘지의 앞면(왼쪽)과 뒷면.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
“이선제 묘지가 한·일 우호의 끈으로 남기를 기원합니다.”
국내 문화재 밀매단이 일본으로 불법 반출했던 필문 이선제(1390∼1453) 묘지를 한국에 기증한 도도로키 구니에(76·여)씨는 1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도도로키씨는 “이선제 묘지는 남편이 가장 사랑하던 고미술품 중 하나였다”면서 “남편은 기증 요청을 받고 부모가 자식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묘지를 기다리는 이선제 자손의 마음을 떠올리며 많이 고민했다. 기증한 묘지를 소중하게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선제 묘지는 높이 28.7㎝, 장폭 25.4㎝로, 조선 단종 2년(1454)에 상감 기법으로 만들어진 분청사기다. 명문(銘文)은 묘지의 앞면과 뒷면, 측면에 248자가 있고,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광주에 있는 무덤에서 도굴당했다가 1998년 일본으로 밀반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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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이선제의 묘지의 일본인 기증자 도도로키 구니에(오른쪽)씨에게 김종진 문화재청장이 감사패를 전달했다. 문화재청 제공 |
이선제는 조선 세종 연간에 ‘고려사’의 내용을 수정하고, 태종실록을 편찬하는 데 참여한 인물이다. 병조참의와 강원도 관찰사 등을 지냈고, 문종 때 예문관 제학에 올랐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기증자 도도로키 부부의 아름다운 기증 정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어려운 시점에 이선제 묘지가 돌아옴으로써 이웃 나라와 선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문이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일부터 10월31일까지 이선제 묘지를 특별전시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