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9-19 19:48:23
기사수정 2017-09-19 19:48:22
30여년간 근무 前 고위 외교관 고언
30여년간 외교부에서 근무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19일 외교부 일부 간부의 성차별 의식과 관련해 “외교부에는 힘센 사람에게는 한없이 굴종적이고 약자는 밟아버리는 비겁한 행태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외교부는 좀 이상한 게 돈(예산)도 없고 힘도 없고 국내 정치력도 없는 부처인데 조직 내부 분위기는 무섭다”며 “이는 인사(人事)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장해서 다른 부처가 30여년 공직 생활 중 (본인에 대한) 인사가 10번 정도 있다면 외교부는 30번 정도 있고, 다른 부처는 국내 보직·승진 인사만 있다면 이곳은 해외 인사까지 있다“며 “결국 해외 어디로 부임하느냐에 따라 (오지에 가서) 자녀가 말라리아약을 먹을 수도 있고, 미국 하버드대에도 갈 수 있을 정도로 인생이 바뀌기 때문에 인사를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문화 속에 오래 있으면 윗사람 눈치만 보면서 굴종적인 사람이 되길 강요받는다”며 “그러다가 여성이나 출신 배경이 약한 사람, 장애인, 지방대 출신과 같은 약한 고리가 발견되면 짓밟아버리는 비겁한 행태가 있다”고 했다. “(영미권) 주요국에서 근무하고 돌아오면 (다른 사람에게) ‘아프리카에서 굴러먹던 자’, ‘프랑스어권에서 굴러먹던 자’, ‘어디(특정 지역) 출신’이라며 마구 무시한다”며 “똑똑하고 젊은 직원들도 장차관이 되려면 그렇게 해야 하니 약게 굴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외교부가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 전략에 대해 용기 있게 말하고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정책가가 아닌 (주어진 업무만 수행하는) 행정가로 전락시키는 문화에서 인재를 비겁하게 키우는 조직이 된 게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외교부 개혁의 방향성과 관련해 “마이너리티이거나 (입부 연차) 기수가 낮아도 역량 있는 사람들을 발탁하는 쪽으로 내부인사를 하면서 조직 내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이와 함께 부처에 정책과 전략 기능을 돌려주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성별, 학벌, 출신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지적·도덕적 수준이 높은 공직자를 키워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