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경기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수준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24일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고소득층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것과 달리 월소득이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오히려 앞날을 더 어둡게 내다보고 있다.
지난 6월 가계수입전망CSI(소비자동향지수)를 소득수준별로 살펴보면 월수입 100만원 미만은 91로, 지난해 6월(94)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월수입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도 95로, 전년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5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가계수입전망CSI는 108로, 작년 6월에 비해 6포인트 상승했다.
△400만∼500만원(103→107) △300만∼400만원(98→106) △200만∼300만원(93→99)도 높아졌다.
1년 사이 고소득층에서는 가계 수입이 늘어난다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저소득층의 희망은 옅어졌다.
소비자동향조사는 전국 도시 2200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C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부정적인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다는 뜻이다.
◆고소득층 가계수입 증가 기대감 '高高'
소비지출전망CSI도 마찬가지다.
월수입 100만원 미만은 92로, 작년 6월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은 98로, 전년 대비 1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와 달리 △500만원 이상(110→115) △400만∼500만원(109→111) △300만∼400만원(108→113) △200만∼300만원(103→107)은 1년 사이 크게 좋아졌다.
소득 불평등 확대는 통계로도 확인해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지니계수는 처분가능소득 기준 0.304를 기록, 전년보다 0.009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소득불평등 확대는 저소득층의 박탈감을 키우고, 민간소비 등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韓 불평등 지표, 선진국 중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지난해 우리나라의 불평등 지표가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자본 대비 소득배율이 8.28배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의 2016년 국민대차대조표를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가 정의하는 소득 개념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부는 1경911조원, 국민순소득은 1318조원으로 국부를 국민소득으로 나눈 자본소득배율은 8.28배다.
이 수치는 최근 선진국 수준인 4~6배,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달한 일본의 1990년 6.99배, 2007년 스페인의 8.19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피케티가 불평등 지표로 삼은 자본소득배율은 한 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부의 가치를 1년동안 그 나라 국민이 벌어들인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자본에 비해 노동이 가져가는 몫이 줄어들고, 개인별로 소득과 부의 분배가 모두 악화한다.
제 의원은 "지난 정부 4년 동안 토지자산은 21.9% 증가해 1254조원 불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토지자산 규모는 4.26배로 캐나다와 네덜란드의 1.3배·1.6배보다 매우 높다"며 "자본소득과 자산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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